교육희망

4월 24일 학교, 사교육업체 먹잇감 되다

강북지역의 한 학부모, 한과목 10만원 사교육비가 말이 되나

방과 후 학교에 영리단체 운영이 허용되면서 학교가 사교육시장에 팔려나갈 위기에 처했다. 한 술 더떠 서울시교육청은 이로 인해 사교육비가 절감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4일 오전 11시 30분 학교자율화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날 “20만원에서 30만원 고액을 줘야만이 받을 수 있었던 영어원어민 교사 강좌를 10만원에 학교에서 받는게 가능해 졌다”며 사교육비가 1/2이나 1/3 수준으로 절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연 그럴까? 당일 만난 서울 구로구 지역에 중학생 자녀를 둔 김아무개 학부모의 생각은 젼혀 다르다.

공교육에서 영어몰입교육한다더니 이제 사교육을 학교에서 시킨다?
“영어몰입교육 한다더니 그 실체가 학부모들이 한달 10만원내고 원어민강사에게 영어수업 받을 수 있게 한 겁니까? 결국 사교육시장 돈벌게 하려고 영어몰입교육 한다고 했습니까?”

앞서 정부에서 영어몰입교육 방침을 내놨을 때도 그 첫 목표로 사교육의 필요를 줄이는 것이었다. 어학 연수차 해외가는 일 없고 혹은 영어회화학원에 다닐 필요없이 집에 돈이 없어도 학교교육만으로도 영어회화가 가능하다면, 사교육비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교과부 29개 폐지지침을 일부 수정 보완 해 방과 후 학교에서 영어몰입교육 등을 맘껏 할 수 있도록 열어 놓았다. 물론 그 만큼의 사교육비를 지출할 수 있는 수준이 되는 학생들만 가능하게 말이다. 불과 한달여만에 공교육에서 영어몰입교육을 하겠다고 했던 교육청이 사교육업체에서 보다 싸게 원어민영어회화수업을 들을 수 있다며 정책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10만원이 뉘집 개이름입니까?
김 아무개 학부모는 교육청이 예로 드는 사교육비 10만원에 더 기가 막혔다.
“한달 10만원이 뉘집 개이름입니까? 주위에 물어보세요. 한달에 30만원씩 내고 그 수업 듣는 애가 몇 명이나 되는지. 그거 학교에 들어오면 사교육 안받던 애들도 받을 수 밖에 없어요” 30만원씩 내던 학부모의 부담은 줄어드나 한달 10만원씩 내는 학부모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단 얘기다. 결국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더 늘고 총액으로 보면 사교육비 액수는 하늘을 찌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의 이른바 영리업체가 담당할 방과 후 학교 홍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등의 경우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도 다양화되고 초등의 경우는 교과까지 확대한다. 서울시교육청은 “방과 후 학교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보통학원보다 더 나은 또는 버금가는 양질의 강의를 학교에서도 들을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이것은 달리 말해 고돈 많은 집 자녀들에겐 더할나위없이 저렴한 가격에 좋은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겠지만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는 듣고 싶어도 못듣는 방과 후 학교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결국 교육양극화가 더 극대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대체 누구 의견을 들은 정책들인가?
사정이 이렇다보니 김 아무개 학부모는 교육청이 의견수렴했다는 학부모가 누군지 궁금해졌고 줄곧 관의 입장을 대변해왔던 학부모들의 의견만 형식적으로 들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러나 그 대상과 결과는 현재 서울시교육청만 알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4일 보도자료에 교원, 학부모 등의 의견수렴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경회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은 그 내용과 결과를 “굳이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못박았다. 비공개의 이유로 “행정과정의 내부과정이 문제이기 때문에”라고 간단히 밝혔다.

민간 학부모 단체인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인 박범이 학부모는 이와 관련해 그 흔한 전화 한통, 팩스 한번, 이메일 한번 받아본 적 없다. 그는 “보통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공개적인 예고절차들을 거치는데 교육청은 그것마저도 하지 않고 있다”며 “업무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교육청은 교원단체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았다.

종이호랑이 금지 지침, 0교시도 사실상 허용했다
한편, 서울시 교육청은 “0교시를 금지한다”고 하면서도 딸림 조항을 둬 사실상 0교시가 학교현장에서 시행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길을 열었다. 강제적인 0교시만 금지해서다. 학교 자율적으로 결정해서 하는 0교시는 가능하다. 김경회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의 설명은 이렇다. “방과후 학교나 일찍 와서 공부하겠다는 애들은 교육청이 가서 막을 수 있냐고 자율적인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이다. 게다가 교육청은 이른 시각 1교시수업은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방과후 학교 관련 지침에서도 “너무 이른 시각이나 너무 늦은 시각은 ‘지양’한다”며 얼마든지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겨두었다.
24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교육청 기자실에서 김경회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학교자율화추진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상정 기자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는 강제자율학습과 강제보충수업에 대해서도 부교육감은 “학교현장에 계신 분한테 학생들이 얘기할 때는 자신들이 공부하기 싫으니까 자꾸 타율적으로 얘기하는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도록 해야죠”라며 애매모호한 말을 하며 현행 강제학습 근절에 대한 구체적 제재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우열반 편성 또한 금지는 했으나 수준별이동수업을 모든 과목으로 확대해 학교에서는 편법으로 우열반이 편성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행 0교시와 편법 우열반운행학교에 대해서도 제대로 장학하지 못하는 서울시교육청이 앞으로 “학교에 자율권을 주되 잘못된 방향으로 갈 경우 장학지도로 바로잡겠다”는 입장만을 내놓고 있다. 이로써 서울시 교육청의 0교시 금지, 우열반 금지 지침은 그저 종이호랑이 금지지침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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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 학교자율화추진계획 , 방과후 학교 , 0교시 금지 , 우열반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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