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교육민주화운동 20년사 ⑤ 80년대 신군부 세력의 희생양이 된 교사들

82년 오송회 사건으로 구속된 교사들.




전두환 일당이 ‘내란’을 획책하고 있던 1980년 ‘서울의 봄’, 학교에도 언뜻 변화가 느껴졌다. 유신파쇼체제 아래에서 부대장 노릇을 하던 교장의 ‘말빨’이 다소 약해지고 교사들이 ‘겁 대가리’ 없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허나 그것도 잠시, 5·18 직후 학교는 다시 유신체제로 돌아갔다.



그 해 5월 26일 광주민중항쟁 시민수습위원 윤영규 선생은 ‘죽음의 행진’ 대열에 섰고, 초등교사 정해직(보성 노동국, 전교조 초등위원장 역임)은 항쟁지도부 민원부장으로 도청을 지키며 27일 ‘광주 꼬뮌’ 마지막 날 새벽, 처참한 학살의 산 증인이 되었다.



광주 밖에서 사태를 알리고 투쟁을 조직하다 고초를 겪고 교단에서 쫓겨난 교사들도 있었다. 전주 이상호(완산여상), 부산 신종권(영남상고), 충남 김흥수(홍성 광천여중) 등이다. 이상호는 신흥고를 비롯하여 전북지역 10여 개교 고등학생 시위를 주도했다. 서울 김진경(양정고)은 광주의 시인 이영진과 선이 닿아 항쟁기간 서울 오류중 숙직실에서 그 학교 교사 윤재철, 박성종과 참상을 알리는 유인물을 다량 찍어 살포했다. 요행히 체포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전두환 정권의 ‘모델케이스’ 대상이 된 불행한 교사들도 있었다.

그 첫 번째가 <아람회사건>이다. 81년 7월 19일 서울과 대전에서 정해숙(서울 봉천초) 박해전(서울 용문중), 황보윤식(대전공업기술학교), 육군대위 김남수 등이 고문 수사를 받고 ‘반국가단체결성’으로 ‘북한이 원하는 정권 수립을 기도했다’는 혐의로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충남 금산을 연고로 만난 이들의 활동은 79년부터 공주교대 출신 교사 몇 명과 가끔 모여 프레이레, 라이머, 이반 일리치 등을 공부하며 ‘민중교육청년회’를 구상하는 정도였다. 80년 광주항쟁 이후 김현장 씨가 가져온 ‘전두환의 광주살륙작전’(조선대 제작)이라는 유인물을 정해숙 선생이 베껴 ‘가리방’으로 밀어 전국에 뿌리기도 했다. 사건은 황보 선생의 금산고 제자 하나가 수업 중 선생님의 발언이 이상하다고 경찰에 신고한 데서 발단했다. 사건 이름은 김 대위의 딸 ‘아람’의 100일 잔치에 모였다고 해서 경찰이 붙였다.



두 번째는 81년 7월 초에서 10월까지 부산대 졸업생과 재학생 22명을 고문 수사하여 조작한 <부림사건>이다. 양서협동조합을 통해 사회과학 독서 모임을 한 사람들을 ‘국가 전복, 사회주의 건설’ 등을 모의했다면서, 경찰 대공분실은 영장 없이 체포·구속, 짧게는 20일부터 길게는 63일 동안 고문을 해서 공산주의자로 조작했다. 6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교사 고호석(전 전교조부산지부장)은 “재판 과정에서 얼굴을 처음 본 사람도 많았다”며 조작의 실상을 폭로했다. 생고생을 한 교사 김희욱(혜화여중) 설경혜(감전국) 윤연희(모라여중) 하성원(가야고) 등은 이후 부산지역 교사교육운동의 씨앗이 된다.



세 번째는 ‘세칭 <오송회 사건>이다. 군산 제일고 교사 이광웅(시인, 92년 작고)이 월북시인 오장환의 시집『병든 서울』의 필사본을 돌려보는 중에 한 제자가 버스에서 놓고 내린 것을 안내양이 습득하여 경찰에 신고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경찰은 82년 11월 2일 이들을 연행, 40여 일 동안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내어 그 학교 교사 9명을 구속기소했다. 4월 19일 교사 5명(이광웅, 박정석, 전성원, 조성용, 황윤태-수업 중)이 학교 뒷산(장군봉) 소나무 아래서 5·18위령제를 지냈다고 경찰이 지은 이름이다. 독서 소모임 활동을 한 것에 불과한데도 5공 정권은 ‘월북기도, 북괴찬양고무죄’를 들씌웠다. 제도언론은 <오송회사건>을 ‘교사 자생 간첩단 사건 적발’로 왜곡·선전하였으나 1심은 3명(이광웅, 박정석, 채규구)에게만 징역 1~4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나머지 6명(이옥렬, 황윤태, 엄택수, 강상기, 조성용 등)은 선고유예했다. 그러나 고문 조작 사건이라는 여론이 일자 2심 재판부는 전원에게 1~7년형을 선고하는 사법사상 유례가 드문 일을 저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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