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달리는 청춘, ‘보경쌤’을 지키자”

산청 간디학교 학생, 학부모, 교사들 죄다 나섰네

간디학교 학생회장 김정한 군(고3)은 올해 1월 5일 전국 청소년통일토론대회에서 통일부장관상을 받았다. 정부기관인 통일부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후원한 대회였다.



김 군은 상을 받자마자 핸드폰을 꺼냈다. 이 학교 최보경(34, 역사) 교사에게 기쁜 소식을 제일 먼저 알리기 위해서다.



“보경쌤이 3년 동안 가르쳐 주신 것 대회에서 얘기했을 뿐인데 최고상을 받은 거예요. 그런데 통일부장관이 저한테 상을 줄 때는 언제고, 이제 경찰이 우리 보경쌤을 조사하고 있어요. 참 웃기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에요.”





“웃기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에요”





김 군이 상을 받은 지 한달 보름 뒤인 지난 2월 24일 경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간디학교 교무실과 최 교사 집에 들이 닥쳤다. 최 교사는 지도교사상을 받는 대신 압수수색영장과 소환장을 받은 것이다.



최 교사에 대한 경남지방경찰청 2차 소환을 3일 앞둔 10일 오전, 경남 산청군 산자락에 있는 간디학교는 그림 같았다. 비온 뒤 갠 날씨 덕분인지 교정에 핀 봄꽃들이 싱싱해 보였다.

이 학교 교실 문 앞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힌 A4 용지가 붙어 있었다.



“우린 영원한 간디인, 나는 언제나 보경쌤 편.”

“보경쌤 사랑해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몸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



경찰이 최 교사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이적표현물 소지, 탐독)를 두고 있는 항목은 모두 16가지. 간디학교 학생 동아리인 '역사사랑'의 회지, 2003년 8.15민족통일대회 자료집, 2003년 정세전망 글 등이 그것이다.



지난 2일 진행된 1차 조사에서 경찰은 상당수의 시간을 '역사사랑 회지'의 이적성 여부를 묻는 데 할애했다.



‘달리는 청춘’, ‘테디베어’, ‘보경쌤’…. 학생들이 최 교사에게 붙여 준 별명이다. 최 교사는 이런 별칭이 보여주듯 낙담하지 않고 있었다.



“요즘 내 모습 자체가 학생들에게 몸으로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부당한 국가보안법에 맞서 당당하게 조사 받아야지요.”



최 교사는 담담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화가 난 것은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들이었다. 이들은 “달리는 청춘을 계속 달리게 하자”는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성명서 이어달리기가 시작됐다. 지난 달 10일에는 이 학교 교사들과 졸업생 대책위원회가 성명서를 냈다. 20여명의 교사 전체가 참여한 것이었다.



나흘 뒤인 14일에는 학생들이 ‘우리는 우리 선생님을 잃기 싫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학생들은 강당 벽에 호소문과 함께 서명용지도 붙여 놨다.



“우리는 최보경 선생님께 역사의 주체가 되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제 그 배움을 실천으로 옮기려고 합니다. 구시대의 악법에 보경쌤이 희생되지 않도록 우리 서명합시다.”



서명한 학생은 모두 115명. 이 학교 전체 학생이다. 김정한 학생회장은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간디학교 식구총회에서도 이번처럼 만장일치를 이룬 적은 없었다”고 했다. 김태윤(고3) 군도 “한 명의 학생도 빠짐없이 최 선생님을 지키기 위해 서명한 걸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학부모회도 가만있지 않았다.



지난 달 15일 학부모 80여 명이 총회를 열어 성명서를 채택했다.

“우리 간디학부모들은 선진 여러 나라로부터 폐지를 권고 받는 국가보안법으로 교육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는 교육의 장을 재단하는 행위는 횡포라고 생각한다.”

최 교사는 ‘참 행복한 선생님’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학교 구성원 전체가 한 목소리로 나선 경우가 또 어디에 있었을까.



최보경 간디학교 교사가 지난2일 경남지방경찰청에 출석하기에 앞서, 지역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교조 경남지부


보경쌤, 교육자료가 되다





지난 10일 오후 3시, 이 학교 학생 전체와 교사들은 ‘식구 총회’를 열었다. 올해 4.19마라톤대회 명칭을 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투표 결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마라톤대회’로 결정됐다.



‘달리는 청준, 보경쌤’이 그의 바람대로 역사교육을 위한 교육자료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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