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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시간 연장저지 시민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 17일 저녁 6시 서울시의회 앞에서 학원시간 연장 저지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윤영훈 기자 |
이번 사안은 시도의회가 ‘교육’ 사안을 정부 코드에 맞춰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학원의 심야교습시간 제한을 주지 않는 조례안을 과감히 통과시켰던 서울시 교육문화위원회 의원 15명은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다. 그 가운데서도 정연희 교육문화위원장이 통과 이유로 밝힌 “새 정부의 방침이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라는 발언은 현재 ‘교육자치’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박범이 (사)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철저히 새 정부의 교육철학에 부응하다가 아이들을 살아 있는 인격체로 보지 않아, 상식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폭거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현재 시도교육위원은 광주와 전남, 전북 등 호남지역을 빼고는 모두 절반을 넘게 한나라당이 차지하고 있다. 경기와 경북, 서울은 모두 한나라당이고 강원과 대구, 부산, 인천, 충북은 1명 빼고 모두 한나라당이다.
16개 광역시도로 시선을 돌려보면 시도의회 교육(문화·사회)위원회가 대부분이 한나라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총139명의 시도의회 교육의원 가운데 95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무려 68.3%에 이른다.
상황이 이러니 시도교육위원회가 그나마 교육적인 관점에서 결정한 사안이 시도의회에서 다시 한 번 의결이 되는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생긴다. 대표적인 것이 한 해 교육예산을 정할 때다. 한 교육위원은 “교육위원회에서 저소득층 학생 지원 등에 투여한 예산을 시도의회에서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학교시설 고치는데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아닌 곳에 쓰인 돈을 삭감했는데 돈을 되살리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교육위원회는 지난 2005년 도교육청이 올린 예산 가운데 ‘초중등원로장학관’ 운영에 책정된 8500만원의 예산을 없애 도의회 교육위에 보냈는데 이를 고스란히 되살렸다. 같은 예산에서 ‘우수교원 국외연수’ 이름으로 올라온 5744만원도 삭감했지만 도의회 교육위에서 살아남았다.
이는 시도교육위원회가 의결한 내용을 시도의회 교육위에서 다시 한 번 의결하는 ‘이중의결’ 때문에 나타났다. 그래서 교육계는 끈질기게 이중의결을 없애고 교육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교육위원회의 독립형 의결기구화’를 요구했지만 오히려 시도의회 교육위로 통합되는 걸로 결론이 났다. 지난 2006년 12월 지방교육자치법이 이런 내용으로 개정돼 오는 2010년부터 시도의회 아래 특별상임위로 운영된다.
박종훈 경남도교육위원회 교육위원은 “교육 자치를 위해 초중등교육을 넘긴다고 하지만 한나라당이 장악하는 구조에서는 정치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사실 학원심야교습시간을 연장하는 조례안을 가장 먼저 통과시킨 곳은 ‘제주특별자치도’였다. 다른 시도가 논의중이던 지난해 9월 통과시켰다. 시간은 밤12시까지다. 특별법에 의해 지난 2006년 7월부터 교육위원회가 도의회에서 하나로 운영되며 4명까지 정당인으로 할 수 있는 교육의원 가운데 3명이 한나라당이다.
장휘국 광주시교육위원회 교육위원은 “시도의회에서 교육으로 지역구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진정한 교육 자치를 이룰 수 있는 제도적인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원시간 연장저지 시민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 17일 저녁 6시 서울시의회 앞에서 학원시간 연장 저지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윤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