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정말 우리나라 5학년들 중에 내가 몇 등인지 나온단 말야?”
엄마: “왜 싫으니?”
아들: “꼭 그런 시험을 봐야 돼?”
엄마: “넌 싫은거니?
아들: “당연하지, 그럼 엄만 좋겠어?, 난 그런 거 하나도 안 궁금하단 말야”
엄마: “... ...” (얘야 그건 엄마도 싫단다.)”
3월 11일 초등학교 전국학력평가 시험을 앞두고 초등학교 5학년에 갓 올라간 아들아이와 나눈 대화 중 일부이다. 별 다른 대책을 세울 시간적 여유도 없었던 남편과 난 결국 시험 보는 날 아침이 늦도록 아이를 깨우지 않았다. 이게 뭔가 싶은 방법을 택했지만 늦은 출근길 아들의 말에 마음이 먹먹했다.
“엄마, 나 학교에 안가면 심심한데, 뭐하고 놀아?”
왜 갑자기 표집으로만 실시했던 전국학력평가가 시도 교육감의 권한으로 전집으로 실시하게 되었을까?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전집(전 집단이란 말인가?) 학력평가의 실시는 2009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하게 되어 있다. 이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교육적 모델인 미국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1983년 레이건 대통령(1981~1989)시절 교육 수월성에 대한 국가위원회(National Commission on Excellence in Education, NCEE)가 발간한 보고서 『위기에 처한 국가(A Nation at Risk)』를 통해서 미국이 위기에 처한 것은 교육적으로 유능하지 못해서라고 강한 어조로 보고하고 있다. 특히 수학, 과학 등이 국제 성취도평가에서 형편없는 수준을 기록하고, 그 형편없는 학생들에게 미국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미국의 위기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의 교육은 경제적 관점에서 부각되고, 학업성취도가 국가 경쟁력의 지표가 되어 교육의 수월성과 책무성을 요구하는 사회, 정치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미국이 자국의 상황을 위기라고 호들갑을 떨게 된 것은, 80년대 일본의 경제력이 미국을 심하게 압박할 정도로 강세였고,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일본은 항상 선두권에 있었다. 미국은 일본을 견제하고, 배우기 위해 일본의 표준화된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에 천착하면서 동아시아(한국, 일본, 대만 등) 모델을 차용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교육현실은 같은 학교에서도 교사마다 교육과정이 같지 않아 이를 교육과정 혼란 상태라고 비판받기도 했다. 그래서 미국의 일부 교육계에서는 표준화 형태의 자발적 국가고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들에게 보고해 줄 것을 제안하게 된다. 교육의 일차적 소비자인 학부모의 알 권리라는 미명 하에 교육과정의 표준화(?) 정책에 학부모를 전략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이것이 교육의 보수화를 가져왔다는 전통주의자들의 성취기준 운동이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미 교육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다중지능이론으로 유명한 가드너(Gardner)는 “어떻게 일부 소수의 전문가 그룹이 2백 50만 교사들의 다양한 견해를 재단하여 표준(?)을 만들 수 있는가?”라고 비판하면서 국가 교육과정, 국가 표준, 국가 평가는 창의적이고 인본주의적인 교육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 외의 많은 교육학자들도 교육의 표준화와 비교평가에 대해 뉴욕 타임즈나 학회지의 발표 등을 통해 강하게 비판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후 20여년이 지난 부시정권에 들어서 「전원성취법(No Child Left Behind Act)」을 통해 강제적 국가고시와 교육과정의 표준화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맥락 하에서 미국의 성취기준 운동에서 실시한 국가(州)수준의 교육과정의 표준화와 표준화 평가가 지난 3월 11일 우리나라에 전격적으로 실시되었다.
단위 학교의 자체적인 시험이 이번에 치른 전국적 표준화 시험지와 다른 것이 무엇인가. 도대체 무엇을 표준화하기 위한 평가를 한다는 말인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이미 표준을 넘어 획일화되어 있다는 점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누구나 아는 사실 아닌가?
시험범위가 다르고 시험을 출제한 사람이 다를 뿐, 시험에 출제되는 교육과정의 내용은 더 이상 표준화를 거론할 가치조차 없이 동일하다.
전국의 초등학교와 아이, 교사를 1등부터 꼴등까지 등수를 매길 때 생겨날 상상조차 하기싫은 구조적인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엄청난 교육재정을 낭비해 가면서 미국을 쫓아 전국적인 표준화 시험을 치르겠다고 하는 교육당국의 독단에 대한민국 모두가 우울해 진다.
올해 9월에도 이 시험이 계획되어 있다고 한다. 이때에는 어찌해야 하나? 또 아들아이에게 집안일을 핑계로 결석시켜야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