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학교교육에서 무엇을 되찾고 싶어 하는지 포착된다. 최근 10여년 만에 시행돼 논란이 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같은 문제를 푸는 ‘일제고사’가 그 첫 번째다. 5일 간격으로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 전에 새로운 시험과 만나야 했다. 서울, 부산 등 일부 시도교육청은 평가 결과를 학교 안 또는 시·도 안 석차나 석차백분율을 표시한 개인성적표를 제공한다고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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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숙자 (사)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교육에서도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경쟁’을 시키려면 다시 아이들을 일렬로 세우는 시험이 필요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것은 학교와 학생을 시험의 노예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실도 이렇게 가고 있다.
대구의 ㄱ중학교. 중학교 일제고사가 있은 지난 6일 오후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를 열었다. 그리고 1교시 시작 시간을 오전9시20분에서 40분 앞당겨 오전8시40분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새로 생겨난 40분은 오후에 7교시를 만들어 ‘방과후 학교’란 이름으로 보충수업을 하기로 했다. 수업 과목은 진단평가를 치룬 과목과 같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이다. 보충수업을 희망하지 않은 학생도 독서를 하게 내부적으로 결정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날 열린 학운위에 참석한 9명 가운데 3명이 졸업한 학생이 학부모였던 것이다. 조례와 규정에 따라 당연 퇴직한 학운위원이다. 이들을 빼면 모두 13명의 학운위원 가운데 6명만 참석했으니 결정한 내용은 시행할 수 없다. 그러나 학교장은 밀어붙일 태세다.
임용선 전교조 대구지부 강북지회 사무국장은 “일제고사를 치른 뒤에 각 중학교가 성적 압박 때문에 7교시, 8교시를 만들어 보충수업을 전면화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경북 김천에 있는 초등학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2학년과 3학년도 국어, 수학, 사회의 ‘일제고사’를 치렀다. 김천교육청이 전국 일제고사 있던 다음 날인 12일 일제고사 형식의 ‘준비도검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6학년까지 보려던 것은 “이틀 연속 시험을 보게 할 수는 없다”는 교사들의 문제제기로 2학년과 3학년만 보게 됐다.
장성태 김천 부곡초 교사는 “어이가 없다. 국가도 진단평가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는데 어린 아이들에게 뭘 알고 싶어서 ‘준비도’까지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시험으로 시작해 시험으로 끝난다고 하더니 시험에 맞는 수업만 해야 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는 10월경에 있을 학업성취도 평가가 벌써 걱정되는 눈치다.
고등학교는 0교시가 전면적으로 되살아난다. 대구 ㄱ는 올해부터 1, 2, 3학년 모두 오전7시30분 안팎으로 학교에 가야 한다. 8시부터 시작되는 1교시 이전 수업인 0교시가 새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가까운 곳의 ㅇ고등학교 역시 오전8시부터 0교시를 하기에 학생들이 오전7시40분까지 와야 하나.
일방적인 중학교 전보로 물의를 빚는 서울 ㅊ고등학교 역시 0교시를 준비하고 있다. 오전 7시10분에 시작하는 수업이다. 소식을 접한 한 학생은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할 것을 걱정하며 자신의 블로그에 0교시로 3행시를 남겼다. ‘0:영혼이 혼미하여, 교: 교실에 누워서, 시:시간을 보내는 것.’
교육현장을 바로잡아야 할 교육과학기술부는 사실상 손을 놨다. 오히려 교과부는 “0교시나 자율학습 등 일부 조치들이 대표적인 규제 장치로 꼽히고 있어 관련 업무 자체를 이양하거나 규제 아예 없애는 쪽으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에서도 규제 완화 바람이 거센 것이 느껴진다.
한만중 전교조 정책실장은 “규제라고 하는 데 아이들이 건강과 입시경쟁에 내몰리지 않도록 한 최소한의 교육적인 장치”라며 “일제고사 등으로 이명박 정부가 10년 동안 교육에서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 준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2008년 대한민국 교육시계는 10년 전으로 거꾸로 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