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학원 자율’ 에 학생 학부모 피멍든다

자율과 경쟁의 쌍두마차, 혼돈에 빠진 학교현장

‘사교육’하면 역시 ‘학원’이다. 이런 학원을 밤늦게까지 교습을 하게 하거나 아예 24시간 운영하도록 허용하고 학생에게 받는 수강료도 마음대로 정하라고 하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교육(학원)’ 억제 장치가 풀리고 있다. 앞장서는 곳은 시도교육청과 교육위원회 등 이른바 교육자치단체다.



앞으로 서울에서는 ‘24시간 운영’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밤새 학생을 가르치는 학원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위원장 정연희)가 지난 12일 학원의 심야교습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학원의설립및운영에관한조례개정안(학원조례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당초 오후 11시로 제한했던 개정안의 내용을 아예 풀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고, 보수적인 단체와 언론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조례개정안이 오는 18일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할지는 불투명하다.



김진철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기획국장은 “학부모의 사교육비 지출을 늘려 학원업계의 이익만을 챙겨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정안을 냈던 서울시교육청과 이를 의결했던 교육위원회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런 비판이 적용된다. 조례안을 준비하면서 서울교육청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학부모와 교사는 각각 65.3%, 82.5%가 “학원교습 제한시간은 오후 10시가 적당하다”고 답했고 학원장들은 모두 “오후 11시 이후”로 꼽았다. 그러나 교육청은 끝내 ‘오후 11시 연장’을 조례안으로 택했다.



울산은 교육위원회가 제한을 없앴다. 지난달 말 울산시교육위원회는 학원이 교습하는 시간을 밤 12시로 제한하는 내용을 뺀 채 학원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울산시의회 통과만 남겨둔 상태다. 제한 내용을 삭제하는 수정안을 직접 내고 의결한 김장배 의장은 “학교에서 더 열심히 가르치면 학원에 가겠냐”라고 말했다.



울산교육청과 교육위원회 모두 학생과 학부모가 요구하는 목소리는 외면했다. 지난해 4월 울산시교육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중고교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60%가 넘게 제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제한 시간은 중학생은 오후 10시, 고등학생은 오후 12시까지였다.



부산, 충남, 경기 등 다른 시도들도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이 대부분 오후 10시까지 제한할 것을 원하고 있지만 정작 조례안은 밤 12시로 늘려 놨다.



교육복지실현을위한국민운동본부와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등으로 꾸려진 ‘청소년심야학습제도개선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지난해부터 인터넷 공간(www.simya10.or.kr)에서 학원의 심야교습시간 밤 10시 이후 연장을 반대한다며 진행하는 100만인 서명운동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국가청소년위원회도 지난해 16개 시도의회와 시도교육청에 호소문을 보내 “밤 10시 이후 학원 교습 제한”을 요구한 바 있다.



반면 울산시학원연합회 등 학원들은 심야교습시간 제한에 집회까지 열면서 심야교습시간 규제 철폐를 요구해 왔다.



여기에 수강료도 학원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방안도 교육청이 검토 중이다.



서울교육청은 학원별로 강의 특성에 따라 저마다 수강료를 정하는 ‘수강료 적정 수준 사정 시스템’을 교육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연구 중이다. 양기훈 서울교육청 평생학습진흥과 담당 사무관은 “수강료 상한제로 획일화된 것을 다양화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이르면 오늘 4월말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지역교육청 별로 ‘수강료 상한제’를 실시해 고액수강료를 차단하고 있다. ‘수강료 점검’ 등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것도 푼다는 얘기다. 교육부 안팎에서도 오는 5월 학원비 자율화 방안을 발표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오고 간다.



영어몰입교육, 대학입시자율화 확대 등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학부모 ‘돈’을 대놓고 끌어 모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더니 교육자치단체가 그 분위기를 흡수하도록 손과 발을 풀어주는 꼴이다.

당연히 교육단체는 “학생들의 건강권을 포기하고 사설학원의 대리인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일제히 비판 성명서를 내고 “철회”를 요구했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은 “총선을 앞두고 학원숙원사업을 들어준 것 같다”면서 “사회적 책무와 이윤추구가 맞물렸을 때 사회적인 부작용을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데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몰상식한 행동을 하고 있다. 고리대금업도 자율을 줄꺼냐”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0조400억. ‘학원’을 웃음 짓게 하더니 날개까지 달아주고서 5년 뒤 공약대로 ‘절반’인 10조200억으로 줄일 수 있을까. 학부모와 교사, 학생의 의구심은 날로 ‘두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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