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교육 시장논리 강화에 일대 파란 일 듯

[분석] 이명박 대통령 시대, 교육정책 전망

지난 12월 15일 대입정보박람회에 참석한 이명박 당시 후보. 한나라당 홈페이지에서.

교육계에 핵폭풍이 몰려올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 시대의 교육정책은 틀(패러다임)부터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많은 교육전문가들이 분석하는 변화의 풍향계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교육공공성에서 시장성으로’, ‘형평성에서 수월성으로’, ‘협력에서 경쟁으로’…

물론 위에 적은 것은 경향성일 뿐이다. 이 당선자는 후보 시절 두 요소를 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교육의 형평성과 수월성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사여구가 아니다. 어느 것을 중시하느냐 하는 무게중심이다.

벌써 바뀌고 있는 교육정책의 무게중심

벌써부터 이 같은 무게중심이 움직이고 있다. 대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보수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선거 다음날인 20일 ‘교육 강국 실현하는 교육대통령 되길 기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성명서는 신중한 교원정책 등에 대한 당부의 내용도 있지만, 전체에 깔린 메시지는 ‘축하와 기대’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21일까지 공식 성명을 내지 않고 있다. ‘축하’의 뜻을 전할 수 없다는 무언의 발언일 수도 있다. 전교조의 한 임원은 “학생과 교사에게 약육강식의 경쟁을 강요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럼 어떤 변화가 휘몰아칠 것인가.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은 그 나침반이다.

‘교원평가’ 논란은 어떻게…

우선 눈에 밟히는 것이 ‘교원평가’다. 이 당선자는 현 정부보다 한층 강화된 교원평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한나라당이 국회에 낸 법안과 태도 등을 종합해볼 때 교원연수와 교원자격에도 영향을 주는 평가방식이다.

이 당선자 교육공약을 만든 이주호 한나라당 일류국가비전위 교육분과위원장은 지난 11월 30일 주간<교육희망> 좌담회에서 ‘교원평가 실시’ 방침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 교육분과위원장은 “평가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교원평가는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도 교육청과 학교별로 평가방식을 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는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발언한 것이란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많은 이들이 의견의 일치를 보는 것은 현 정부에서 내놓은 교원평가 방안보다는 더 심각한 내용이 담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교육분과위원장은 “장기적으로는 교원평가가 기존 근무평정을 대체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원평가를 놓고 교사와 새 정부 사이에 마찰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대입명문고 진학 위한 과외열풍 더 활활”

다음으로 눈길을 끄는 것이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다. 사실상 자립형사립고(자율형사립학교) 100개를 비롯하여, 기숙형 공립학교 150개와 ‘마이스터 고교’ 50개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마이스터고는 특성화시킨 전문계고교다.

이 당선자는 이런 공약을 내놓은 이유로 사교육비 경감과 고교 다양화를 내세웠다. 하지만 교육전문가들은 고교다양화는 이룰지 몰라도 사교육비 경감은 어불성설이란 진단을 내놓고 있다.

지금도 29개 외고와 6개 자사고가 사교육비의 주범인데 이들 학교를 100개로 늘인다면 사교육비 또한 정비례해서 널뛰기할 것이란 지적이다.

한만중 전교조 정책실장은 “이 당선자의 공약이 실현되면 전체 고교생의 20%가 자사고에 다니게 되는 셈”이라면서 “이는 고교입시의 전국적인 부활을 뜻하는 것으로 70년대식 과외열풍이 더욱 심각하게 불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실장은 “대입명문고에 너도 나도 보내겠다는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생겨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양극화도 더 깊게 터를 잡게 된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크다. 1년에 수업료 1500만원을 내야하는 자사고에 보낼 수 있는 가정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대입명문고에 가지 못한 학생을 모아놓은 일반 공립고의 교육이다. 서열화한 고교에서 낭패감을 맛본 일반 공립고생들은 고개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3불 정책 폐기, 그 옛날 본고사가…

3단계 대입자율화 공약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 공약은 1단계로 대학이 학생부와 수능 성적을 자유의사로 반영하도록 한 뒤, 2단계로 수능 과목수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어서 3단계에서는 대입 전형방식을 완전하게 대학 자율로 주겠다는 것이다.

이 당선자는 공약에서 ‘기부금 입학제’는 고려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본고사 부활’이나 ‘고교등급제 실시’에 대해서는 대학 자율로 맡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가 유지해온 이른바 ‘3불 정책’이 폐기될 위기에 몰린 것이다.

‘신 연좌제’란 비판을 받는 고교등급제, 과외열풍과 고교교육 파행 때문에 90년 대 중반 전면 폐지된 본고사. 세계 명문 대학들이 이미 수십 년 전에 폐기한 고교등급제와 본고사가 한국에서 부활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당근과 채찍 준비할 가능성 큰 이 당선자

이 당선자가 교육시민단체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 하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그는 선거 기간 내내 교육시민단체들의 토론회와 좌담회 참석 요구에 불응해왔다. 철저하게 무시 전략을 쓴 셈이다.

교육시민단체에 대해 이 당선자는 ‘채찍과 당근’을 준비해놓고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개혁 단체에게는 채찍을 통해 영향력 약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대신 뉴라이트 계열 교육단체와 일부 보수 교원단체에 대해서는 정부정책 논의구조에 참여시키는 등 혜택을 줄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이명박 교육정책은 이미 공약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인수위원회 과정을 거치면서 일부는 현 실정에 맞게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2월 인수위원회 최종 보고서 내용을 둘러싸고 논란에 불이 붙을 소지가 있다. 이어 6월 외고 폐지와 자사고 확대 여부를 놓고도 실랑이가 벌어질 것이다.

지금으로선 교육공공성 수호 세력이 이 당선자의 교육정책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문제는 대국민 설득력이다.

이런 점에서 내용과 목적이 '엇박자'를 내는 이 당선자의 일부 교육공약은 이른 시간 안에 국민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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