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교육부가 문제 삼은 ‘5·18 민중항쟁’이란 표현은 2004년 광주시교육청이 이 지역 학교에 일제히 보낸 수업자료집인 ‘선생님이 들려주는 5월 이야기’란 책자에도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교육부는 형평성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이 후원한 행사에 뽑힌 수업안을 전교조가 그대로 갖고 와 활용했는데도 트집을 잡은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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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이 후원한 행사에서 발표된 5.18 수업사례 발표집. |
교육부 “부적절한 내용” 지침...학교는 금지조처로 받아들여
최근 교육부는 16개 시도교육청에 ‘전교조 5·18민중항쟁 계기 수업안 검토자료’란 내용의 자료를 보내 ‘부적절한 내용’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자료에서 교육부는 “5·18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인정된 만큼 자료의 시의성은 있다”면서도 “일부 부적절한 내용은 수업 지도 시 각별한 주의가 요망 된다”고 적어 사실상 수업 금지 조처를 내렸다.
교육부가 문제 삼은 내용은 수업안의 두 가지 표현이다.
우선 교육부는 “5·18 민중항쟁은 교과서 용어가 아니다”면서 “교과서 용어와 다른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학습자들의 혼란을 초래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는 ‘계획된 학살’이란 표현에 대해서도 “근거가 없는 사실을 언급하여 불필요한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사실상 사용 중지를 지시했다.
그런데 이 수업안은 지난 7일 전교조 홈페이지에도 탑재되었지만 이미 5월 4일 김 아무개 교사(전남 ㄴ고)가 교육청이 후원한 대회에서도 발표한 것이었다.
김 교사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5·18 민중항쟁 수업안-선생님, 올해 오월은 이렇게 수업해요’를 발표했다. 전남교육청이 후원한 행사였기 때문에 평일인데도 공무 출장으로 참석할 수 있었다.
16일 학생들과 야영행사 중인 김 교사는 기자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그는 “교육청 후원으로 발표한 원고를 교육부가 왜 부적절하다고 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면서 “‘계획된 학살’이란 표현도 수업안에 나온 것이 아니라 교사용 읽기 자료에 실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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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이 시도교육청에 보낸 검토 자료. |
실제로 이 수업안의 ‘읽기자료’라고 표현된 부분에는 5·18 기념재단 자료 등을 모아놓았다.
이 가운데 ‘5·18민중항쟁의 배경’이란 항목에 “계엄군의 계획적이고 무차별한 광주 학살과 철저한 광주 상황의 왜곡으로 가족의 희생에 본능적 분노와 민주화 열망이 결합된 강력한 시민 저항 의지로 발현”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교육부 “얘기 나올 만도 하다” 한발 빼
이런 사실에 대해 교육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초중등교육정책과 중견 관리는 ‘전교조 수업안이 교육청이 후원한 행사 자료에 먼저 실려 있던 것이었다면 교육청부터 경고해야 되지 않겠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그건 맞다. 얘기가 나올 만도 하다”고 답한 뒤, “내부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수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용어 사용으로 학생들에게 혼란을 초래하지 말라는 것이었다”면서 “수업할 때 ‘민주화운동’과 ‘민중항쟁’이란 표현을 혼용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발 빼는 자세를 보였다.
전교조는 이날 낸 성명에서 “교육부는 5ㆍ18민중항쟁 계기 수업안 지침을 철회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교육부도 이 지침을 철회하는 방안을 뒤늦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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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이야기' 등 더 자세한 내용은 개인홈페이지인 윤근혁의 교육돋보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교육돋보기edulupe.com



교육청이 후원한 행사에서 발표된 5.18 수업사례 발표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