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 서울지방경찰청은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마조리에서 미신고 장애인 시설, 김포 <사랑의 집>을 운영해 온 정00 목사(67세)를 상해·중감금·강간 등의 혐의로 검거, 구속하였다. 정00 목사는 1993년 9월 23일 목사안수를 받은 대한예수회장로회 합동진리 교단 소속으로 풍무리 평강교회 담임목사이기도 한데, 2002년 4월부터 김포시에서 “장애우, 노인, 오갈 데 없는 자, 각양각색 병든 자”라는 슬로건으로 가족들의 보호가 어렵거나 보호자 없는 장애인, 노숙인들을 모집, 미신고 장애인 시설인 김포 <사랑의 집>을 설립·운영해 왔으며,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폐쇄되기 전까지 연인원 100여명이 넘는 생활인들을 시설에 수용하여 왔다.
최악의 시설, 최악의 인권침해
그 과정에서 2003년 9월부터 2006년 2월까지 중구 봉내동 소재 무료진료소에서 조제된 향정신병의약품을 의사의 처방 없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반항한다는 이유로 장기간에 걸쳐 다량의 약품을 강제로 먹이고, 수시로 감금·폭행하여 임00 등 8명을 사망케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전기 및 난방시설, 화장실 등이 전혀 설치되지 않는 1.5평짜리 창문도 없는 독방(징벌방)에 개줄 등으로 손과 발을 묶고 밖에서 잠금장치를 하여 문을 잠그고, 대·소변용 빈 깡통을 넣어 주면서, 며칠간 밥도 주지 않는 등 일상적인 학대와 감금이 이루어졌다.
또한 시설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시설 내에서 보호하고 있던 장애인들의 정부보조금, 장애인 보호자, 후견인(개인, 단체) 등 689명으로부터 총 5억 7천여만 원을 횡령, 착취하였으며, 며느리를 포함한 여성장애인 3명을 자신의 방, 모텔 등으로 끌고 다니면서 70여 차례 상습적으로 강간·강제 성추행한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이와 같이 시설장 정00은 목사 신분을 이용해 ‘사랑의 정신’ 운운하며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후원금을 착복하고, 온갖 불법적인 악행을 자행해 온, 그야말로 파렴치한 “두 얼굴의 사나이”였다. 이러한 범죄행위는 비단 김포 <사랑의 집> 사건에서만 나타나는 일부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시설장 개인에 의해 발생한 특이한 현상은 아니다. 이는 사회복지시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 상황을 재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아울러 이번 사건에서처럼 우리의 기대(?)에 한 치도 어긋나지 않게 반응하는 세력들 또한 여전히 존재하는 것임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미신고복지시설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가 그 관리·감독에 일차적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과 상관없다’는 무책임과 외면하는 일관된 태도를 보여준 김포시와 보건복지부,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며느리와 시아버지 사이라는 것에만 사건의 초점을 맞춘 선정적 보도, 신앙심 깊은 종교인이 좋은 일 선한 일 그러나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인식되는 ‘사회사업’을 하다 단 한차례 실수한 것이니 선처를 베풀어야 한다는 온정주의 등 여전히 만연하는 적절하지 못한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인식들이 남아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우리사회의 인식을 극단적으로 대변하는 것이 또한 검찰과 법원 같은 사법기관일 것이다.
특히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검찰의 안이하고 미온적인 법적 조치를 보면, 과연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검찰권을 행사”하는 것인지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지난 6월 9일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3부(김태광 부장검사)는 김포 <사랑의 집> 시설장 정00 목사에 대해 경찰이 인지하여 수사한 유기치사, 성폭력, 중감금, 횡령 등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을 이유로 불기소처분 결정을 하고, 강제추행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구속기소하였다.
검찰은 피해자들에게 강제 복용케 하였던 약품이 의사의 처방 없이는 복용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으로 정신질환 이외의 다른 환자가 이 약을 복용하게 되면 2-3일 정도 힘을 쓸 수 없고, 기력이 없어지며 잠이 오고 밥을 먹지 못하는 등 상당한 육체피로와 혼미상태가 지속되며, 다량 복용할 경우 사망할 수도 있는 향정신병약품 등으로 보여 진다고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①정량 초과투약과 피해자의 사망 간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거나, ②약 투약으로 인하여 기력이 쇠한 피해자에게 밥을 주지 않고 방안에 그대로 두는 등 방치함으로써 동인을 사망케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거나, ③증인이 정신지체장애자로 진술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등의 이유로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 무혐의로 판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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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홈페이지 |
검찰 줄줄이 무혐의 처분
그러나 사망한 피해자 중 1인에 대하여 고00 김포우리병원 원장은 욕창이 심해도 수개월내로 사망할 정도의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는데 바로 사망한 것으로 보아 환자관리나 보호를 전혀 하지 않았거나 향정신병약품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하였을 수도 있다고 진술하였음에도 그에 대한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은 채 무혐의 처분한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한편, 아직까지 사망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생활인 2명의 경우도 향정신병약품의 강제복용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김포 <사랑의 집>의 운영형태로 봐서는 적절한 의료조치가 행하여지지 않고 방치된 상황에서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여 진다. 이에 대한 철저한 추가조사가 이루어져 할 것이다.
검찰은 성폭력 혐의에 대해서도 정신지체장애 2급인 피해자 김00과 성관계를 하거나 추행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해자의 진술태도, 언행 등을 종합해보면 피해자가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심신상실 상태라기보다는 심신미약 정도에 불과하다 할 것이어서 성폭력범죄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8조 소정의 신체장애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항거불능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강간하거나 추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혐의가 없고, 성폭력범죄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11조(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위반으로 적용하고자 하여도 이는 친고죄로서 고소기간 1년을 지난 후에 고소한 것이 명백하여 공소권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이는 검찰의 불기소이유서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이 명백한 모순으로 시설장 정00 목사를 처벌할 의지가 없음은 물론, 결과적으로 살인 등의 중대한 범죄행위에 대해서 면죄부를 주게 된다.
검찰은 불기소이유서의 피해자 김00 유기치사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 처분을 하면서 증언을 한 정신지체장애인의 진술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그 진술을 배척하고 있다. 그러나 성폭력혐의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진술태도·언행 등을 종합해보면 피해자가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심신상실 상태라기보다는 심신미약정도에 불과하다고 하여 항거불능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강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혐의 없음’ 처분을 하였다. 다시 말해, 살인혐의에 있어서는 장애인들의 증언을 믿을 수 없고, 성폭력혐의에 있어서는 장애인들의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기 때문에 절대 강제적으로 이루어진 성관계가 아닌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판단한 것이다.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이와 같이, 이 사건 피해자들이 ‘시설생활인’, ‘여성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라는 3중의 특수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등 검찰 스스로 무지한 수사태도와 법률적용을 드러냈다. 검찰은 이 밖에도, 시설장 정00 목사의 의료법위반 및 약사법위반, 중상해 내지 상해치사, 중감금, 횡령·사기 등의 혐의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하여 엄중 처벌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미신고복지시설인 김포 <사랑의 집>에 대해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김포시와 보건복지부 담당자에 대한 법적 책임도 꼭 물어야 할 것이다.
솜방망이 사법처리가 문제
지난 7월 7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형사1단독(신혁재 판사)으로 열린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재판에서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단 한 차례의 공판으로 검찰은 5년형을 구형하고 다음 공판에서 결심을 한다고 결정하였다. 아직 선고공판이 남긴 하였지만 살인혐의 등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처분과 검찰 5년의 구형에서 보여 지는 바와 같이, 늘 그래왔던 것처럼 사회복지시설과 관련한 사건은 조기에 졸속으로 수사가 이루어지고, 속전속결로 검찰과 법원의 법적 판단이 내려지며, 항상 가벼운 처벌에 머물러, 그토록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중범죄자에 대하여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검찰권을 행사한다”고 하는 검찰과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사명을 다”한다고 하는 사법부에 의해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되고 우리들에게서 잊혀져 가곤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사회복지시설 내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이유 없이 죽어가고 이에 대해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지차체와 정부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선량한 의도를 가진 종교인의 일시적·일회적 실수로 비롯된 불행한 일로 치부되어 가벼운 사법적 판단과 처벌로 종결되는 일련의 반인권적 상황들이 다시는 생겨나지 않기를 바라고, 이를 위해 계속적인 사회복지시설의 구조적인 문제와 이에 따른 생활인의 인권침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운동해 나가야 할 것이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사진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