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인다방] 진짜 음악 공부

얼마 전의 일이다. 소위 내놓으라 하는 콩쿨에 입상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 영재 콘서트’에 초대되어 간 적이 있다. 물론 그 안에는 초등학생을 포함해서 주로 예중이나 예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아이들이 고루 섞여 무대를 빛냈다.


솔직히 요즘 청소년들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살필 기회가 많지 않았던 나는 그 날 아이들의 연주를 들으며 여러 번 놀라야만 했다. 연주 기술은 물론이고 몇몇 아이들의 경우에는 음악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진지함이 기성 연주자 못지않게 음악에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이런 무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는 그저 아이들 장기자랑 정도에 그쳤던 걸 생각하면 참으로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그때도 나름대로는 열심히 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진행 시간 내내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 스무 명 정도의 아이들이 차례로 자신의 솜씨를 뽐내는 동안 아이들을 응원해주기 위해 온 식구들이 그야말로 떼거리로 객석에서 들고 나기를 계속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초반에는 남들 눈치도 좀 보고 조용조용 움직이는가 싶었는데 후반 즈음에 이르자 으레 그래도 되는 양 연주를 마치고 나서는 아이를 따라 우르르 몰려 나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물론 무대 밖의 어수선함은 안으로도 전달되었다. 꽃다발이 건네지고, 서로 돌아가며 사진도 찍고, 안에서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연주하는지 볼 수 있는 진짜 음악공부의 기회를 상실시킨 어른들은 아이를 자랑스러워하며 ‘오늘 참 잘했다.’라는 격려를 쏟아 붓고 있었을 것이다. 덕분에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아이는 채 반도 차지 않은 객석을 상대로 연주를 해야 했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서 어딘지 원망스러운 표정을 보았다고 한다면 그건 나의 착각이었을까?
‘문화 수준’이니 하는 거창한 단어까지 떠올리지 않고 싶다. 단, 내 아이도 언제든 마지막 순서가 될 수 있다는 것만, 그렇게 딱 한 번만 생각해 보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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