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민주노동당의 ‘무상의료’ 실현방안에 대하여

― 소부르주아들은 의료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는가

민주노동당이 최근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주요한 추진과제로 제기하고 있고, 민주노총도 노동절에 이를 주요 과제로 발표하였다. 5월 23일에는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전농이 무상의료, 무상교육 실현 공동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이글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제출하고 있는 「무상의료 로드맵과 1단계 세부내용」1)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빈곤한 계층부터 단계적으로 본인부담금을 폐지하여 ‘무상의료’ 실현

먼저 위 글에서 제시하고 있는 무상의료실현 방안을 필자 나름대로 정리하여 본다. 현행 건강보험체계하에서 환자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병원비가 100원이 나왔다 하자. 이 100원은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 보험에 적용이 되는 서비스(일반적인 진찰, 처치, 검사비 등)에 대한 비용이 78.7원이다. 둘째 보험에 적용이 되지 않는 비용(특진비, 식대,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는 검사료 등)이 21.3원이다. 보험적용이 되는 서비스에 대한 비용인 78.7원 중의 일부인 56.4원은 건강보험공단에서 병원에 준다. 그 나머지 22.3원(78.7원-56.4원)과 보험에 적용이 되지 않는 서비스에 대한 비용 21.3원의 합인 43.6원을 환자가 자기 지갑에서 꺼내 직접 병원에 낸다.2).이때 환자가 직접 내는 돈 43.6원을 본인부담금이라 한다. 그래서 보험에 적용이 되지 않은 서비스가 많을수록 본인부담금은 올라간다. 민주노동당이 말하는 무상의료의 의미는 바로 이 본인부담금(22.3원+21.3원)을 없애는 것을 말한다. 즉 병원을 이용할 때 돈을 내지 않는다는 의미이고 의료보험료자체를 없애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연히 병원은 모든 진료비 100원을 환자들에게 받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공단에서 받게 된다.  

무상의료로드맵은 4단계로 구성된다.3). 본인부담금을 점차로 줄여나가기 위해 각 단계마다 보험에 적용되는 서비스를 늘려나간다. 최종적으로는 미용성형 등 예외적인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모든 의료서비스를 보험에 적용을 받게 한다. 그만큼 본인부담금은 줄어들고 본인부담금을 폐지하는 것이 곧 무상의료실현이 된다. 본인부담금은 점차적으로 폐지해 나가는데,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1단계 : 의료급여 대상자, 건강보험 하위 10% 등)에서 시작하여 3단계(2001년~2013년)에서는 모든 계층에서 본인부담금을 폐지하여 무상의료를 실현한다.


[무상의료 로드맵 단계별 정리]

구분

1단계

(2005년 ~ 2007년)

2단계

(2008년 ~ 2010년)

3단계

(2011년 ~ 2013년)

4단계

(2014년~)

본인

부담

①건강보험 비급여의 보험급여화, 급여율 30% (본인부담상한제 적용)

②의료급여 대상자 본인부담 폐지

③건강보험 하위 10% 본인부담 폐지

④7세미만(학령전) 아동 및 임산부의 본인부담 폐지

⑤예방접종(국가지원)

①건강보험 급여 항목의 동일 급여율 적용

②건강보험 하위 30% 본인부담 폐지

③70세 이상 본인부담 폐지

④장애인 본인부담 폐지 및 포괄적 재활급여 제공

⑤본인부담 상한선 인하 및 소득구간별 차등 적용

①모든 계층의 본인부담 전면폐지

②상병수당의 제공

 

 

 

 

 

 

 

의료이용 측면에서 포괄적 무상의료 실현

재원

조달

체계

①사회적 협약방식의 수가 계약제 실시

②공공부문 의료기관의 총액계약제 및 인두제 실시

③장기요양수가 실시

④서비스적정성평가 실시

⑤의약품등재 positive list 도입 및 약가계약제 도입

⑥차상위계층의 보험료면제

⑦보험료 부담율 개편

  (가입자부담율 40%)

①의료급여와 건강보험의 통합적 운영

②치과, 한방 총액계약제 실시

③필수의약품 지정 및 특허권 제한

④약가결정구조 변화

 

 

 

 

 

 

①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의 통합적 운영

②의원, 병원 총액계약제 실시

③보험료 부담의 누진제 적용 실시

 

 

 

 

 

 

 

공적 재원조달

기전확립

공급

체계

①도시형보건지소 시/구 단위의 동에 1곳씩 시범 설치

②46개 지역거점공공병원 300병상 규모 확장, 시군구별 1개소씩 30% 설치

③공공요양병원 시군구별 1개소씩 30% 설치

④지역병상총량제 실시 및 병상 공급량 통제

⑤의료기관서비스평가 공적기구 이관 및 전면 실시

⑥수련 및 전공의 인력 수급계획 정부 이관

①도시형보건지소 동별 1개소씩 60% 설치

②지역거점공공병원 시군구별 1개소씩 60% 설치

③공공요양병원 시군구별 1개소씩 60% 설치

④공공의료기관의 전달체계확립

⑤민간부문 자본비용 제공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

⑥의료인력 공급 공공화 추진

 

 

 

①도시형보건지소 동별 1개소씩 설치

②지역거점공공병원 시군구별 1개소 설치

③공공요양병원 시군구별 1개소 설치

④공공제약회사 설립

 

 

 

 

 

 

 

 

 

공공부문 주도

(50% 이상) 보건의료체계 구축

행정

관리

체계

①공공의료기관 관리 일원화

 

 

 

①지역보건의료위원회 구성

 

 

 

①지역보건의료위원회에 지역 공공의료기관의 기획 및 평가 권한 위임

②사회보장청 신설

 

참여와 계획이 전제된 지방분권형 관리운영체계

구축


그런데 여기서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무료로(본인부담금이 없이) 의료를 이용할 수 있다면 환자가 병원을 많이 이용할 수도 있고, 병원이 의료서비스를 지금보다 더 많이 제공할 수도 있어 의료비가 급격하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하는데 첫째, 3단계까지 전체 의료기관에 총액계약제를 실시한다. 총액계약제란 정부가 한 해의 의료비의 액수를 미리 정하고, 그 돈을 의료기관들이 진료량에 비례하여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GDP의 7%로 의료비를 미리 정한다면 의료기관들이 아무리 많은 환자를 진료했다 해도 결국 이 돈을 서로 나누어 가져야 하기 때문에 의료비는 국가에 의해 통제된다. 둘째로 공공의료기관을 설립하여 4단계인 2014년에는 전체의료의 50%를 공공의료기관이 담당하여 공공부문이 의료를 주도하게 한다. 이를 통해 국가가 사적의료자본에 대한 통제(예: 사적자본의 파업무력화4))를 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1단계에서 정부와 기업의 의료보험료 부담을 60%로 높인다. 현재는 노동자:기업, 공무원이나 지역보험가입자:국가의 보험료 부담비율이 50:50이다. 그런데 노동자와 지역가입자의 의료보험료 액수는 그대로 두고 기업과 정부의 부담을 높여 부담비율을 50:60으로 하여 전체 보험료 액수를 올린다.


노동자계급은 결코 ‘무상’으로 의료를 이용할 수 없다

「무상의료 로드맵과 1단계 세부내용」에서는 ‘무상의료의 사회적 함의(무상의료가 필요한 사회경제적 조건)’를 서술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보건의료기본법 제10조(건강권)는,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그래서 이 조항에서 무상의료의 실현 근거를 찾는다. 그러나 과연 노동자계급의 건강을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 반대다. 노동자계급이 국가를 책임진다. 물론 아무런 실제적 권리도 없이. 행정과 사법부의 고급관료, 정치꾼, 상비군, 경찰들의 의식주와 교육과 보건의료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바로 노동자계급의 잉여노동이다. 자본가들을 포함한 지배계급은 노동자계급의 잉여노동을 무상으로 얻고, 그것도 가장 고급으로 누린다. 생활필수품에 더하여 사치품까지 무상으로 향유한다.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이것은 필연이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은 오직 자본에게 잉여노동을 제공하는 한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누리는 것―생활필수품 : 의식주 교육 보건의료―은 자신의 노동이 생산한 것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들이 무상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은 결코 없다. 물론 평생을 실업자로 살아가는 사람을(이것이 가능하다면) 제외하고!

결국 ‘모든 국민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말할 때 국가가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민’의 건강이 아니라 일부분의 국민, 즉 지배계급인 국민(자본가계급, 정부관료 등등)의 건강일 뿐이다. 국가는 자본주의 착취체제를 유지하는 것을 통해, 노동계급을 폭력으로 억압하는 것을 통해 이를 실현한다.

그러면 ‘무상의료’가 지니고 있는 본래의 의미, 즉 모든 사회구성원이 필요한 만큼 의료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조건은 무엇일까? 물론 의료부문의 생산력이 무한히 발전하는 것이 전제이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쓰고도 남을 만큼. 그러나 이는 아직은 현실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현실에서 ‘무상의료’가 가지는 의미는 필요에 따른 평등한 분배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놀고 먹는 자들을, 착취계급을 없애야 한다. 불평등하기 때문이다. 즉 지금 이 자본주의라는 현실에서 무상의료를 누리는 계급을 없애야 한다. 노약자를 제외하고 노동능력이 있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노동을 공평하게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상으로 타인의 노동의 결과를 향유하며 살아가는 계급을 철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노동자계급의 목표는 무상의료가 아니라 노동 능력이 있는 모든 사회구성원에 대한 유상의료여야 한다. 그리고 이는 자본주의 착취체제의 철폐를 의미한다.


분배의 몫의 크기는 계급간의 힘의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

민주노동당의 ‘무상의료’실현방안에서 검토해야 할 핵심적인 문제 중의 하나는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가 일 것이다. 즉 본인부담금을 폐지하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가? 무상의료로드맵 1단계의 경우, 한편으로는 정부와 자본의 의료보험료부담비율을 높여서(현행 50%에서 60%로) 보험재정을 늘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보험급여를 삭감하는 방식(서비스 적정성 평가의 도입/의약품의 positive list 도입 및 약가계약제)으로 지출을 줄이는 것을 통해 재정을 마련하고자 한다.5). 정부와 총자본과 보건의료자본의 양보를 통해 노동계급의 처지를 개선하겠다는 의미이다. 신자유주의 시대, 자본의 위기의 시대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노동자민중이 지금보다 더 많은 보건의료를 소비하는 것, 이는 (노동자민중 자신이 생산한) 사회적 총생산물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몫을 늘리는 문제이며 분배의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개량의 문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량의 문제, 즉 의료서비스를 포함한 사회적 총생산물에서 노동과 자본의 몫의 크기는 어떻게 나누어지는가? 「무상의료 로드맵과 1단계 세부내용」의 끝부분에서 “Ⅴ.무상의료 1단계 입법방향 및 주요내용”에서 암시하듯이 의회에서의 민주노동당의 입법 활동에 서 분배가 결정되고 그래서 노동자민중은 민주노동당에게 표를 찍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민중의 단결과 투쟁, 즉 조직화와 의식의 성장, 노동자민중의 혁명화와 자본주의체제를 위협하는 정도에 의해 자본과 국가의 양보의 크기가 결정된다. 노동계급의 힘의 크기만이 분배의 몫을 결정한다.


누가 소유하고 분배할 것인가?

민주노동당의 안은 보건의료자본의 운동을 보장하고 있다. 보건의료는 여전히 자본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공공의료기관을 지속적으로 설립하여 무상의료로드맵 4단계(2014년~)에서는 전체의료의 50%를 공공의료가 담당하게 만들겠다고 계획하고 있다. 보건의료자본조차도 국유화하지 않는 국가의 계급적 성격은  결코 자본주의국가를 넘어설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국가에서의 공공의료란 전체 사회구성원에게 - 공공에게 - 봉사하는 의료가 아니다. 바로 총자본에게 봉사할 뿐이다. 자본주의하에서의 공공의료는 결코 노동자민중의 소유가 아니다.  

민주노동당은 국가의 통제(총액계약제, 서비스평가제 등과 같은 법과 제도로, 그리고 공공의료기관 운영을 통해)하에서 총자본과 보건의료자본과 노동자민중이 적절(?)하게 의료비를 분담하여 노동자민중의 의료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자본과 노동을 화해시키려는, 계급투쟁을 환상적으로 외면하는 소부르주아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자본의 그리고 보건의료자본의 이윤에 대한 갈망은 소부르주아의 조화에 대한 소박한 바람을 언제나 배신한다. 보건의료자본의 이윤에 대한 갈망을 결코 국가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으로 초래된 의사들의 파업에서 드러났다. 의약분업 때문에 약에서 얻는 이윤을 잃어버리자, 의사들은 파업을 통해 의료수가를 인상하여 이윤을 보전하였으며 이는 다음 해에 의료보험재정을 파탄에 빠지게 할 정도였다. 예상하지 못했던 의사들의 치열한 투쟁은 자본의 이윤에 대한 갈망의 다른 이름일 뿐이었다.

의식주 교육비와 함께 노동력 재생산비를 구성하는, 그래서 임금을 결정하는 보건의료비를 총자본(국가)은 통제(주로 의료보험수가결정을 통해)하려고 끊임없이 개입하지만, 국민보건의료비는 국가의 통제를 넘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 통계에 의하면 1985년 5.5조원이던 국민의료비는 1998년 20조원, 2001년에는 32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국민의료비의 증가는 보건의료자본의 축적을 표현하고 있다. 이윤을 갈망하는 너무나 많은 보건의료자본이 존재한다. 그러나 빈곤해진 노동자민중은 보건의료를 구매할 수 없어 자본은 폐기되고 많은 보건의료인들은 실업 혹은 반실업자가 된다. 많은 중소병원과 의원들이 폐업하고 있다. 사회적 생산력이 자본주의적 소유관계에 목 졸려 폐기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바로 병의원의 자본주의적 소유(자본가의 사적소유)를 지양하고 사회적 소유(국유화)의 필요성 보아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계획처럼 공공의료기관의 설립이 아니라(사적자본이 넘쳐흐르고 있어 이것은 불필요하다), 사적병원자본의 국유화가 노동계급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무상의료 로드맵과 1단계 세부내용」에서 “무상의료 도입 시 재정 부담 비교”를 하면서 현 체제 유지시 국민의료비가 2014년 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무상의료도입시 50조원이면 된다고 예측하고 있다6). 의료비를 적절히 통제하여 임금을 줄일 수 있게 하여 그만큼 총자본의 이윤을 보장하겠다고 자본에 추파를 던지고 있다. 그러니 민주노동당이 수권정당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그러나 국민의료비의 폭발적 상승은 보건의료자본의 축적, 생산력의 증대를 표현할 뿐이며, 이는 부르주아적 소유관계와의 충돌이 그만큼 격화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그리하여 부르주아적 소유를 철폐하고 사회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필요에 따라 평등하게 분배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노사과연≫


1) 홍춘택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보건의료. 2005년 5월


2) 2004년 기준


3) 1단계(2005년~2007년), 2단계(2008년~2010년), 3단계(2011년~2013년), 4단계(2014년~) 


4) 그러나 이는 실현가능성이 없을 것이다. 공공부부문도 파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5) 2, 3단계는 구체적 재원조달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재원조달방안에서 “의원, 병원 총액계약제 실시/보험료 부담의 누진제 적용 실시”를 언급하는 것으로 볼 때, 보건의료자본의 부담과 노동자민중의 부담을 높여나가는 것을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 : 「무상의료 로드맵과 1단계 세부내용」  : □ 무상의료 도입 시 재정 부담 비교

6) : 「무상의료 로드맵과 1단계 세부내용」  : □ 무상의료 도입 시 재정 부담 비교


덧붙이는 말

"생각하며 투쟁하는 노동자의" [정세와 노동] 2호(2005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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