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 위기 속에서 살 것인가 말 것인가

미국, 멕시코, 그리고 중미 및 카리브해 지역 정책의 필요성

공화당의 공격은 예상 가능하다. 카멀라 해리스가 바이든의 국경 문제 책임자였다는 것이다멕시코와의 국경에서 발생한 위기는 해리스가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이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도 예상할 수 있다부통령은 국경을 책임지지 않았으며해리스의 역할은 엘살바도르과테말라온두라스에서 이민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었다고 한다아무도 그가 실패했다고 비난할 수 없으며이는 불가능한 임무였다고 한다이 반박에서 주목할 점은 그것이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라기대 수준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공화당은 중남미의 절망적인 상황을 국경을 더욱 강화해야 할 이유로 삼고 있지만민주당은 그러한 깊은 문제들을 변명으로 여긴다아무도 해리스나 다른 누군가가 이 지역의 빈곤과 불안을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듯하다결국 미국은 복합적인 위기를 수용하며 살아가기로 한 듯하다.

멕시코시티 방문과 해리스의 대선 출마는 내가 미국 정치계가 문 앞에 놓인 복합적인 위기들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생각하게 만들었다나를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단순한 해결책이나 빠른 대처가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라체념에서 비롯된 무관심이라는 태도다이 주제에 대해 FT에 기고문을 썼다.

카멀라 해리스는 미국의 님비 현상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깊이 쌓인 정책 피로는 중남미 경제에서조차 소폭의 개선도 이루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민자들이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의 하콤바 핫 스프링스 근처에서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온 후 국경 울타리를 따라 걷고 있다.”

물론상황이 전부 암울한 것은 아니다오늘 블룸버그 칼럼에서 저스틴 폭스가 지적했듯이실제로 북부 삼각지대(엘살바도르온두라스과테말라)에서 경제 성장이 일부 이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지역의 구조적인 문제와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 대한 고통은 깊이 뿌리박혀 있으며몇 퍼센트의 GDP 성장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중남미카리브해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어려운 사회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단일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다하지만 몇 가지 주요 요인을 들자면:

불평등과 빈곤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미주개발은행(IDB)은 여러 학계 및 싱크탱크와 협력하여 이 지역의 불평등에 대한 일련의 연구를 발표했다그 결과는 이를 확인시켜 준다.

●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지역이다상위 10%의 소득자가 하위 10%보다 평균적으로 12배 더 많이 번다이는 OECD 선진국의 평균 비율인 4배와 비교된다또한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의 시민 중 5명 중 1명이 빈곤층이다.

● 콜롬비아칠레우루과이에서는 인구의 약 1%가 전체 부의 37%에서 40%를 통제하고 있으며반면에 가장 가난한 절반의 인구는 전체 부의 10%만을 차지하고 있다이는 서유럽과 스칸디나비아의 20%에서 30% 사이와 비교할 때 훨씬 높은 수준이며사실상 미국(42%)과 비슷한 수준이다.

● 1990년에서 2014년 사이에 이 지역의 불평등은 감소했지만그 이후로는 진전이 멈춘 상태다.

● 이 지역에는 브라질콜롬비아과테말라파나마온두라스와 같이 극도로 소득 불평등이 심한 나라들이 있다하지만 볼리비아도미니카공화국엘살바도르우루과이와 같은 나라들도 포함되어 있는데이들 국가의 소득 격차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연구는 지역 간 및 도시와 농촌 간의 차이가 이 지역의 불평등에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특히농촌에서 가장 부유한 농민과 가장 가난한 농민 사이의 큰 격차를 강조했다중미에서 이러한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는 기후 위기인데이 위기는 소위 말하는 '건조 회랑(Dry Corridor)'에서 심각한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이 회랑에는 1,000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그중 73%가 빈곤 상태에 있다최소 50만 명이 심각한 식량 불안 상태에 처해 있다.

출처CRS

거시경제의 안정성은 이 지역의 많은 나라들에게 문제로 작용해 왔다에콰도르파나마엘살바도르는 달러화를 사용함으로써 일종의 안정성을 얻고 있지만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그 대가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다른 요인들도 있다에콰도르는 갱단 폭력의 확산으로 인해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다파나마는 시위 이후 대형 구리 광산을 폐쇄했는데이로 인해 GDP가 약 1% 줄어들었다엘살바도르에서는 권위주의적인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이 투자에 큰 타격을 주었다강한 달러는 이러한 어려움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달러화를 채택하면 독립적인 통화 정책을 포기하게 되고외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를 평가절하하는 선택권을 잃게 된다에콰도르와 엘살바도르에도 중앙은행은 존재하지만이들은 화폐 공급이나 금리 설정을 통제하지 않는다대신 경제는 유연성과 경쟁력을 찾기 위해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만라틴아메리카에서는 그러한 일이 드물다달러화 사용은 거래 비용을 줄여 세계와의 경제적 통합을 촉진하지만상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이 낮으면 잠재적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가 어렵다. Applied Economics라는 학술지에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라틴아메리카에서 달러화를 채택해도 주요한 긍정적 무역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이러한 어려움은 아르헨티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그는 달러화를 채택하고 중앙은행을 폐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되었다.

 출처 : Economist

그리고 쿠바도 있다뿌리 깊은 정권과 미국의 제재라는 양쪽 압박 속에서 쿠바 국민들은 심각한 경제적사회적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공산주의 정부는 나라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지만그렇다고 해서 정권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정부는 국민들에게 기본 생필품조차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그 외의 것들은 말할 것도 없다그 결과로 불평등불안그리고 이민이 증가하고 있다. 2023년 말까지 2년 동안 전체 인구 1,120만 명 중 10%가 나라를 떠났다.

쿠바의 상황보다 더 심각한 위기는 아이티에 있다새로운 임시 정부가 최소한의 수준에서라도 수도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유엔은 6월에 "갱단 폭력의 확산과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2024년에는 기록적인 57만 8,074명의 내부 이주가 발생했으며이 중 31만 명 이상의 여성과 소녀, 18만 명의 어린이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고했다이는 2022년의 두 배가 넘는 수치로범죄 관련 폭력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주를 기록한 국가가 되었다.

규모지속 기간파급 효과 측면에서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위기는 베네수엘라에 있다장기적인 경제 데이터는 현재의 비참한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1980년 베네수엘라는 1인당 GDP 기준으로 남미에서 단연코 가장 부유한 국가였으며중미를 훨씬 앞서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콜롬비아와 북쪽으로 절망적인 난민과 이민 행렬에 합류하고 있다.

미국은 문 앞에 놓인 여러 위기와 그보다 더 넓은 지역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자원을 동원하고 있을까?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집계한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지원 수치를 보면 그 노력이 얼마나 미미한지 알 수 있다이 수치는 실질 달러로 표시되어 있으며이를 GDP 대비 비율로 보면 얼마나 적은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또는 우크라이나나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가 모금된 것과 비교해 보라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지원 예산은 무관심의 표현에 가깝다민간 자금과 결합하더라도 이 지역의 위기를 해결하기에는 전혀 부족하다.

미국 정책의 중심 과제는 이민을 억제하는 것이다마이클 스토트와 크리스틴 머레이가 작성한 이 훌륭한 FT 보고서에 따르면이 문제는 무엇보다도 멕시코와의 외교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2023년 12월 21멕시코와 접한 2,000마일에 이르는 미국 국경 상황은 위급했다그달 매일 수천 명의 이민자들이 국경을 몰래 넘으며국경 관리들은 과부하에 걸렸고 합법적인 통과 지점들이 폐쇄되었다공화당은 이 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었고조 바이든 대통령은 신속한 해결책이 필요했다바이든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단 한 사람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조치를 요구했고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끄는 팀을 멕시코시티로 파견했다로페스 오브라도르 정부는 자금 부족으로 중단했던 북부 멕시코에서 남부로 수천 명의 이민자들을 추방하고 버스로 이동시키는 조치를 신속히 재개했다그 결과 12월에 30만 명을 넘었던 기록적인 불법 국경 횡단은 이후 몇 달 동안 급격히 감소했고바이든은 지난주에 이 수치가 도널드 트럼프가 퇴임할 당시보다 낮아졌다고 자랑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주장에는 논란이 있다.

이 사건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민 억제 문제에서 로페스 오브라도르에게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이 문제는 공화당이 바이든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를 끊임없이 공격해 온 주제였다바이든의 대사로 임명된 살라자르는 멕시코시티에 도착하면서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멕시코의 다른 대사는 "바이든으로부터 받은 지시 사항은 AMLO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었다"고 말하며, "미국은 AMLO에게 거의 위축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우리를 무역외교 정책베네수엘라 문제이민마약 퇴치 협력에서 완전히 농락했다"라고 한 전직 미 국무부 관리가 익명을 요청하며 한탄했다이 주제의 민감성을 고려한 요청이었다멕시코가 미국 바로 옆에서 비자유적 민주주의로 변모한다면세 나라가 승자가 될 것이다중국러시아그리고 쿠바. "모든 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지만멕시코가 우리 최대의 무역 파트너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트럼프 시절 우리가 가졌던 거래적인 관계를 넘어서는 발전을 이루지 못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카스타녜다는 미국이 멕시코의 국내 정치에 대해 보인 무관심을 1920년대 멕시코 혁명 이후의 혼란과 "미국인들이 멕시코인들과 무의식적으로 맺은 일종의 파우스트적 계약"으로 돌린다. "그곳이 안정적이고미국의 핵심 이익(즉 재산과 국민)이 위협받지 않는 한멕시코인들이 자국을 어떤 식으로든 통치하게 두자는 생각이었다."

출처 : FT

미국에서 자주 간과되듯이이 지역들의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멕시코는 단순히 미국의 국경 경비병이 아니다멕시코 자체가 거대한 지역 강국이며브렌다 에스테판이 지적하듯이이는 멕시코도 이 지역에 대한 정책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정부는 멕시코 국제개발협력청(AMEXCID)을 통해 북부 삼각지대의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약 1억 2천만 달러를 도로 건설 및 확장재난 위험 관리 기술 지원국가 안보수질 모니터링산업 혁신에너지 효율성 등 다양한 분야에 할당했다그러나 2011년과 비교해 2019년 이 세 나라에서 멕시코로의 이민은 148% 증가했다같은 기간 동안 과테말라 출신 이민자는 59%, 엘살바도르 출신은 136%, 그리고 온두라스 출신은 무려 304% 증가했다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 대통령은 페냐 니에토의 접근 방식을 비판하며직접적으로 개발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19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쪽으로 향하는 이민자 유입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모든 멕시코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을 때, AMLO는 그의 대표적인 사회 프로그램인 세브란도 비다(Sembrando Vida)’를 국제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이 프로그램은 북부 삼각지대의 소규모 농업 생산자를 지원하여 이민을 줄이고 빈곤을 완화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아직까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23년 다학문 보고서에 따르면세브란도 비다의 야심찬 목표는 여전히 달성하기 멀었다고 한다보고서는 프로그램 실행의 불투명성이 멕시코 납세자의 돈이 중미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효율적인 모니터링을 방해하며자금이 예상 수혜자 수를 지원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또한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와 같은 대상 국가에서의 이민은 줄어들지 않았다.

멕시코 정부는 세브란도 비다와 청소년 인턴십 장학금인 호벤스 콘스트루옌도 엘 푸투로(Jóvenes Construyendo el Futuro)’와 같은 다른 사회 프로그램을 통해 중미에 1억 5천만 달러를 할당했다그러나 2024년 1월 멕시코 외무장관 알리시아 바르세나는 AMEXCID가 "패러다임 전환"을 이루었다며주정부 차원의 협력을 강조했다그녀는 "처음으로 사회 프로젝트가 대상 인구와 직접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의도는 중요하지만올바른 실행이 필요하다. 2023년 10, AMLO는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의 정상들과 함께 팔렌케 이민 정상회의를 소집했다회의는 이민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협력과 진보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찬사받을 만한 포부를 담아 마무리되었다정상회의 후 공동 성명은 지역 개발을 위한 행동 계획지역 간 무역 촉진그리고 인권을 존중하는 포괄적인 이민 정책의 창설을 골자로 했지만대부분의 의제가 선거를 포함한 여러 이유로 인해 보류된 상태다.

좀 더 통합된 해결책에 대한 가장 큰 희망은 해리스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이끄는 새로운 행정부가 지역 접근 방식을 조율하고 공동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그동안 특히 미국 측에서 중단해야 할 것은 공포와 재앙을 강조하는 과장된 수사다미국으로의 불법 이민이 많기는 하지만이를 위기로 묘사하는 것은 불필요한 불안을 조장하는 것이다현재 중미와 멕시코에서의 이민은 실제로 감소하고 있다대신 다른 지역과 세계 여러 곳에서의 이민이 증가하고 있을 뿐이다한편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외국인 노동자들은 미국 경제의 중요한 생산적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불법 노동자는 미국 노동력의 약 5%를 차지하며이들이 송금하는 돈은 많은 경우 그들의 가족과 커뮤니티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멕시코로의 송금 급증은 눈에 띄는 현상이며이는 멕시코 경제 성장과 더불어 멕시코 이민 감소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서 멕시코로의 송금액이 세 배로 증가했다.

멕시코는 G20에 속하는 대형 경제국이다그러나 저스틴 폭스가 지적하듯이송금이 중미의 훨씬 더 작고 취약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국경 통제와 군사화된 경찰이 아니다. 미국멕시코부유한 카리브해 국가들콜롬비아 등 이 지역의 강력한 국가들이 정부 자원을 모아 이민자들의 송금 흐름에 대응하는 그들의 뛰어난 인간적 에너지용기결단력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이를 촉진하고 지원하며 투자해야 한다.

[출처] Chartbook 307 To live or not to live with polycrisis: The USA, Mexico and the need for a regional policy in Central America and the Caribbean. (substack.com)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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