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점령과 물의 정치

[출처: Muhammad Sabah, B'Tselem- CC BY 4.0

국제사법재판소(ICJ)는 2024년 7월 19일, 역사적인 자문 의견을 발표했다. 내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수자원 절도와 남용에 관한 글을 마무리하던 차였다. 

80페이지 분량의 의견서인 "동예루살렘을 포함,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 내 이스라엘의 정책과 관행으로 인한 법적 결과"는, "이스라엘 국가가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계속 존재하는 것은 불법"이며 이를 "가능한 한 빨리" 끝내야 한다고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나는 특히 "천연자원의 착취" 섹션(V/B.4, 124-133)이 흥미로웠다. 이 부분에서 재판소는 내가 밝히고자 했던 내용을 확인해주었는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수자원에 대한 불법적인 통제를 사용하고, 오용하며, 남용하여 모든 영토에 대한 영구적인 지배를 확보하려 했다는 것이다.

재판소는 천연자원이 풍부한 점령지 서안지구(특히 C구역)가 이스라엘에 의해 자국민의 배타적 이익을 위해 사용되어 왔으며, 팔레스타인과 그 지역사회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C구역은 서안지구의 61%를 차지하며 이스라엘의 완전한 통제 하에 있다.  

또한 ICJ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가장 중요한 천연자원인 물을 포함한 팔레스타인인의 삶의 모든 측면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물의 개념은 중동의 문화, 정치, 종교, 신화에 깊이 새겨져 있다. 예를 들어, 극심한 여름 더위에는 목마른 사람을 위해 대문이나 대문 밖에 물 한 주전자를 두고 가는 것이 전통으로 남아 있다.  

이슬람에서 물은 소중한 자원이며, 새로운 종교의 탄생과 그 설화 및 의식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고대 아라비아의 격변과 7세기 초 이슬람이 출현한 사회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극심한 가뭄이었을 수 있다.  

물은 이슬람 신화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슬람 전설에 따르면, 아라비아 반도의 잠잠 우물에서 솟아오르는 물이 어린 예언자 이스마엘(아브라함과 하가르의 아들)을 살렸다. 이 우물은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마스지드 알하람에 위치해 있으며, 4,000년이 지난 지금도 기적적으로 물을 생성하고 있다. 잠잠 우물의 물은 또한 예언자 무함마드의 안식처인 메디나의 예언자 사원, 마스지드 안 나바위에도 분배된다.

가자지구의 무슬림들은 전 세계 무슬림들과 마찬가지로 하루에 다섯 번씩 두 개의 존경받는 사원을 향해 기도한다. 하지만 2023년 10월 이후 이스라엘의 끊임없는 폭격으로 인해 기도에 필요한 세정용 물을 구할 수 없게 되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견뎌온 무게와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그들이 무엇을 잃었는지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20세기 초 유럽 시오니스트들이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한 이후 토착민들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스라엘의 건국자들은 그들의 팔레스타인 식민지화 꿈이 지속 가능하려면 지상과 지하를 흐르는 물에 대한 헤게모니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1919년 파리 평화 회의에서, 제1차 세계 대전을 끝내면서, 시온주의 지도자들은 미래의 유대 국가가 나카브(네게브) 사막, 시리아 골란 고원, 요르단 계곡, 레바논의 리타니 강 과 서안 지구에 대한 지배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시리아와 레바논의 국경에 위치한 헬몬산 유역은 시온주의자들의 식민지 야망에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이 유역에서 시냇물과 강이 합쳐져 요르단강이 된다.

1919년 12월, 러시아 태생의 하임 바이츠만(1949-52년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은 영국 총리 로이드 조지에게 "팔레스타인의 경제적 미래는 관개와 전력 공급을 위한 물 공급에 달려 있으며, 물 공급은 주로 헬몬산 경사면, 요르단강 발원지 및 리타니 강에서 끌어와야 한다."고 썼다. 리타니 강은 레바논에서 가장 크고 주요한 유역이다.

1948년 전쟁에서 역사적 팔레스타인의 78%를 점령한 이스라엘은, 1949년 국유화되고 배급된 팔레스타인의 수자원을 통제하기 위해 준비한 계획을 신속하게 실행에 옮겼다. 

1967년 아랍-이스라엘 전쟁도 물 때문에 시작되었다. 1953년 이스라엘은 북쪽의 요르단강 상류에서 이스라엘 중심부와 건조한 남쪽의 계획 식민지로 물을 운반하기 위해 정교한 수도 시스템인 국가수로(NWC)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1963년부터 갈릴리해(티베리우스 호수)의 물을 NWC로 펌핑하기 시작하면서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의 수자원에 심각한 위협이 되었다. 그 결과, 1964년부터 1967년까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은 '물 전쟁'(1964-1967)으로 알려진 수많은 충돌에 휘말리게 되었다. 

1965년 시리아와 레바논은 이스라엘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요르단강 수원(바니아스 강과 하스바니 강)의 물을 자국 영토로 돌리는 아랍 연맹의 계획을 실행했다.  

이스라엘 장군이자 전 총리(2001~2006년)였던 아리엘 샤론은 그의 회고록에서 1967년 전쟁은 시리아의 요르단강 상류의 경로 변경 계획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같은 해 시리아 내 건설 현장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전쟁으로 이어졌다. 

1964년에 완공된 국가수로(NWC)는 요르단강 물의 75%를 이스라엘로 돌리는 반면 팔레스타인은 이 물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1967년 6월 이스라엘의 군사적 승리는 헬몬산 유역과 서안지구, 가자지구의 대부분을 이스라엘의 통제하에 두는 효과를 가져왔고, 점령한 땅의 수자원을 국가의 재산으로 선언하여 완전한 군사적 권위 아래 두었다. 

1981년 시리아 골란 고원을 불법적으로 합병하면서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상류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권을 확보하여 초기 시온주의 계획을 실현했다.  

이스라엘은 또한 레바논 남부의 리타니 강과 셰바 농장의 물을 탐냈고 여전히 이를 장악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셰바 농장 지역은 헬몬산의 경사면에서 흘러나오는 풍부한 지하수를 보유하고 있다.  

1950년대의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당시 이스라엘 "방위" 군 참모총장 모셰 다얀 등은 리타니까지 남부 레바논을 정복하고 병합하는 것을 선호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스라엘은 1978년(리타니 작전)과 1982년에 다시 레바논을 침공했고, 2000년 레바논 헤즈볼라에 의해 군대가 쫓겨날 때까지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점령은 계속되었다.  

이스라엘은 셰바 농장이 골란 고원의 일부라고 주장하며 1981년 이곳을 병합했고, 헤즈볼라는 헬몬산 산맥의 서쪽 경사면에 있는 16평방 마일에 달하는 이 지역을 해방시키기 위해 계속 전투를 벌이고 있다.

서안지구 점령지  

이스라엘의 목표는 항상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물 공급을 줄여 그들이 떠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텔아비브의 아파르트헤이트 수자원 정책은 1990년대 오슬로 임시 평화 협정에 의해 시작되었는데, 이 협정으로 이스라엘은 서안지구 자원의 80퍼센트 이상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제2차 오슬로 협정에서 수자원 분할은 '최종 지위 협상'의 쟁점으로 지정되었지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과 수자원을 계속 불법적으로 전용하면서 최종 지위와 미래 팔레스타인 국가는 결코 합의되지 못했다. 

1995년 체결된 협정은 5년간 지속될 예정이었으나, 여전히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 그 결과, 이스라엘인들은 필요할 때마다 물을 사용할 수 있는 반면, 팔레스타인인들은 인구 증가, 기후 변화 또는 평균 일일 물 소비 요구를 반영하지 않는 "평화 협정"에 명시된 할당량만을 받는다.

점령국으로서 이스라엘은 국제 인권법에 따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안전하고 충분하며 접근 가능한 물에 대한 권리를 존중할 책임이 있지만, 이스라엘은 불법 점령을 끝내거나 그 의무를 이행한 적이 없다.  

이스라엘인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인보다 10배 많은 양의 물을 소비한다. 이스라엘과 그 식민지(정착촌)는 서안지구 대수층의 물 중 87%를 소비하는 반면 팔레스타인은 13%만 할당받는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아이들을 씻길 물조차 부족한데, 유대인 아이들은 커뮤니티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다.

이스라엘 수자원공사 메코롯(Mekorot)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필요한 물을 이스라엘에 의존하도록 강요해왔다. 서안지구의 샘을 체계적으로 착취하고 우물을 파서, 점령민을 포함한 이스라엘 인구에게 지속적인 물 공급을 제공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인들은 간헐적으로 물을 공급받는다. 메코롯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공급되는 물을 정기적으로 줄이고, 부끄럼 없이 그들에게 그들 자신의 물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판매한다. 만성적인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92%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옥상에 물탱크를 설치해 물을 저장하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이스라엘 당국은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 전역에 걸쳐 약 160개의 팔레스타인 저수지, 하수도, 우물을 철거했다. 이스라엘은 계속해서 더 많은 우물을 파고 있지만 팔레스타인의 시추권은 거부하고 빗물을 채취하는 것도 막고 있다.  

유대인 식민지, 이스라엘 산업 및 군사 구역의 확장은 수질 오염을 초래하여 팔레스타인 농업 부문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팔레스타인 농장이 물 부족으로 시들어가는 동안 이스라엘 농장은 토마토, 오렌지, 면화와 같이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을 생산하기 위해 무제한으로 물을 공급받는다.  

가자지구  

오늘날 가자지구의 재앙적인 물 위기는 2023년 10월 전쟁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이스라엘의 16년 봉쇄로 인해 심각한 물 부족이 발생했고, 수십 년 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식수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지표수원이 없는 상황에서 붕괴 직전의 해안 대수층이 가자지구 전체 물 공급량의 81%를 공급했다. 나머지 물은 3개의 담수화 플랜트와 3개의 메코롯 파이프가 공급했다. 가자 지구 주민들은 자주 의심스러운 품질의 식수를 높은 가격에 거리 상인에게서 사야 했다. 2023년 10월 9일,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로 보내던 수돗물을 끊어 버렸다. 

2005년 이스라엘이 철수한 이후, 가자 지구에 다섯 차례의 주요 전쟁이 벌어졌으며, 이로 인해 많은 기반 시설이 파괴되었다. 수년간 가자 주민들은 고갈되고 오염되고 염분이 많은 물로 생활해 왔다. 이는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의 물 기반 시설을 수리, 유지보수 또는 개발하는 데 필요한 시멘트와 철과 같은 건설 자재의 반입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현재 유엔은 가자 지구의 물 및 위생 시설의 70%가 파괴되거나 손상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모든 폐수 처리 시설, 담수화 시설, 하수 펌프장, 우물 및 저수지가 포함된다. 남아 있는 시설들도 운영을 지속할 연료가 부족하다. 처리되지 않은 수 톤의 하수가 지하로 스며들거나 지중해로 배출되었다.

유엔에 따르면, 지하수의 95-97%는 인간이 소비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태양광으로 작동하는 소규모 담수화 시설을 운영하는 개인 판매업자로부터 식수를 구입하고 있다.

유럽-지중해 인권 모니터(Euro-Med Monitor)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식수 및 개인 위생을 포함한 모든 필요를 위해 1인당 하루에 겨우 1.5리터의 물만 사용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 정해진 긴급 물 공급 기준치가 1인당 하루에 15리터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쓰레기를 정리도, 하수 처리도, 오염되지 않은 물 공급도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화씨 90도(섭씨 약 32.2도)의 무더운 날씨는 A형 간염, 콜레라, 장티푸스, 설사 및 피부 질환과 같은 재앙적인 건강 문제를 초래했으며, 악취는 가자 주민들을 병들게 했다. 텐트 캠프에 밀집해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은 파리, 바퀴벌레, 전갈과 설치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잠을 이루기 어려워하고 있다.

결론

열 달간 계속된 폭격은 가자지구의 생태계와 주민들을 황폐화시켰다.  

최근 유엔 최고 재판소의 자문 의견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은 불법이며 반드시 종식되어야 하고, 이스라엘은 '정착촌' 확장을 중단하고 모든 '정착민'을 철수시켜야 하며,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배상해야 하고, 각국은 이스라엘의 점령을 유지하는 데 '원조 또는 지원'을 하지 않을 의무가 있음을 분명하게 확인했다.  

대부분의 유엔 회원국은 국제법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그 주요 후원국인 미국이 이를 준수할 가능성은 낮다. 두 나라 모두 유엔 결의안을 무시해 온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는 2004년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에게 서안 지구에 세운 콘크리트 장벽을 철거하라고 판결한 사건도 포함된다.

반세기 동안,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원과 용병 기업 미디어를 등에 업고 팔레스타인의 천연자원을 훔쳐 경제적 번영의 자유를 누려왔다.  

물 한 잔을 마시는 것만큼이나 간단한 일이라는 말이 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곳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감금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제 비극적인 팔레스타인 알-나크바(대재앙)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가 드디어 보이고 있다.

[출처] The Politics of Water Under Occupation: Israel in Palestine

[번역] 류민

덧붙이는 말

M. 레자 베남(M. Reza Behnam) 박사는 중동의 역사, 정치 및 정부를 연구하는 정치학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태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이스라엘 수자원

의견 쓰기

댓글 0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