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의 채무 불이행

[역자 주]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기준) 국가부도 이후 2년여만에 처음으로 실시된 스리랑카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 성향 야당 후보인, 아누라 디사나야케 인민해방전선(JVP) 대표가 당선됐다. 선거 결과 발표 전 공개된 이번 마이클 로버츠의 글은, 스리랑카의 경제 상태와 정치 지형을 분석하고, 선거 이후의 과제를 짚는다. 

출처: Unsplash+ & Planet Volumes

오늘, 9월 21일, 스리랑카는 2022년 7월 '아라갈라야'(Aragalaya)라 알려진, 대중 봉기 이후 첫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이 봉기는 부패한 대통령 고타바야 라자팍사를 권좌에서 물러나게 했다. 스리랑카는 1948년 영국 식민지 지배로부터 독립한 이후 가장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진입했다. 라자팍사의 경제 관리 실패와 COVID 팬데믹의 타격 이후, 2021년 스리랑카 정부는 73년 만에 최악의 경제 위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세금 감면을 지원하기 위해 2년간 돈을 찍어낸 후, 대부분의 외채 상환이 중단되었다. 경제는 7.8% 위축되었고, 하루에 3.65달러 이하를 버는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약 25%로 두 배가 되었다.

증가하는 부채와 외채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 그리고 수출 능력의 급격한 악화(2000년대 초반 국내총생산(GDP)의 약 35%를 차지했던 상품과 서비스 수출이 2010년에는 약 20%로 급락한 후 그 수준에 머무름), 악화된 거버넌스, 증가하는 부패(아래 지수 참조), 그리고 성장 둔화는 지난 15년간 스리랑카의 궤적을 특징짓는 요소들이었다.

2021년까지 공공 부채의 GDP 대비 비율은 119%로 급증했다. 2005년에 110억 달러였던 외채는 2020년까지 56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는 당시 GDP의 66%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대중 봉기로 라자팍사가 권좌에서 물러난 후, 집권 세력은 라닐 위크레마싱헤를 대통령직에 앉혔다. 그는 즉시 IMF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이는 결국 2023년 3월에 합의되었다. IMF는 48개월 동안의 부채 구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스리랑카에 30억 달러를 빌려 주었다. 첫 번째 3억 3,000만 달러가 곧바로 지급되었으며,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및 기타 대출 기관으로부터 추가로 37억 5,000만 달러가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대로 IMF는 구제금융 대가로 위크레마싱헤 행정부에 엄격한 긴축 조치를 부과했다. 연금이 삭감되었고, 소득세는 36% 인상되었으며, 식료품 및 기타 필수품에 대한 보조금이 철폐되었다. 전기 요금은 65% 올랐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은 지난 1년 동안 진정되었지만, 2021년 위기 이후로 가격은 여전히 75% 이상 상승한 상태다. 그리고 스리랑카 루피는 위기 이전보다 달러 대비 여전히 3분의 1 이상 약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스리랑카 항공, 스리랑카 보험공사, 스리랑카 통신 등 국영 기업을 민영화하려 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저항의 물결을 촉발시켰다. "정부는 이미 경제 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는 임금 생활자와 중산층에게 개혁의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스리랑카 은행 직원 노조의 부회장 아누파 난둘라는 말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800만 명의 스리랑카인이, 즉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식량 불안정" 상태에 있으며, 특히 배고픔이 농촌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고 추정한다. 스리랑카 가정의 거의 절반이 가계 소득의 약 70%를 식료품에만 지출하고 있다. "많은 중산층 가정이 이제 빈곤선 아래로 추락했다"고 민간 싱크탱크인 베리테 리서치(Verité Research)의 수석 경제학자 말라티 나이트는 말했다. 세계은행은 "가계 생계에 대한 여러 위험으로 인해 향후 몇 년 동안 빈곤율이 25% 이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젊은이들은 섬을 떠나고 싶어 안달이다. 2022년 한 해에만 30만 명 이상이 떠났고, 많은 의사, 준의료 전문가, IT 전문가 등 숙련된 노동자들도 포함되었다.

세계 불평등 연구소(World Inequality Lab)에 따르면 상위 10%의 스리랑카인이 전체 소득의 42%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개인 자산의 64%를 소유하고 있다. 상위 1%는 전체 소득의 15%와 자산의 31%를 차지하고 있다. 하위 50%의 스리랑카인은 전체 소득의 17%와 개인 자산의 4%만을 소유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스리랑카 경제가 2022년에 9.2% 축소되었고, 2023년에 추가로 4.2% 축소되었으며, 올해 소폭 회복되어 1.7%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제조업은 최근 몇 달 동안 마침내 불황에서 벗어났다.

위크레마싱헤 대통령은 전통적인 보수 정당인 통일국민당(UNP)의 후보로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는 2020년에 UNP와 결별한 사마기 자나 발라웨가야(SJB) 당을 이끄는 사지트 프레마다사와 맞서고 있다. 프레마다사는 ‘개입주의적’ 경제 정책과 자유 시장 경제 정책의 혼합을 선호하며 IMF가 부과한 경제 프로그램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정한 놀라움은 오랜 야당 인사이자 인민해방전선(JVP) 지도자인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의 부상이다. JVP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JVP는 현재 좌파 정치 연합인 국민권력(NPP)에서 주도적인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디사나야케는 IMF 프로그램의 조건을 재협상하겠다고 공언했다. "IMF 프로그램의 시행이 국민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스리랑카의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1978년까지 존재했던 영국식 의원내각제로 복귀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네 명의 주요 정당 대선 후보 중 누구도 유권자의 과반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NPP/JVP 지도자인 디사나야케가 전체 성인의 36%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SJB 지도자 사지트 프레마다사가 32%, 현 대통령 라닐 위크레마싱헤가 28%, 라자팍사 가문의 나말 라자팍사는 3%를 기록하고 있다.

디사나야케는 청년층에서 가장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과반수(53%)가 그를 지지하고 있다. 또한 싱할라 유권자들(스리랑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싱할라족(Sinhalese) 출신의 유권자)사이에서도 42%의 지지를 받고 있다. 가장 부유한 3분의 1의 유권자들 중 38%는 위크레마싱헤를 지지한다. 이에 반해, 프레마다사는 1,700만 유권자 중 가장 가난한 3분의 1 사이에서 40%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스리랑카의 선거는 비례대표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2순위, 3순위 선호도에 달려 있다. 이는 어차피 현재 의회에서 3석밖에 없는 JVP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누가 승리하든 이 작은 섬나라의 경제 붕괴를 바로잡는 데에는 막대한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스리랑카의 GDP는 약 800억 달러 규모이다. 2003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성장률은 연 6.4%로, 지역 동료 국가들보다 훨씬 높았다. 이 성장은 건설과 교통 같은 비무역 부문의 성장이 주도했다. 관광업을 제외하면, 라자팍사 정부가 정치적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시작한 막대한 지출을 충당할 외화는 충분히 벌어들이지 못했다. 경제 확장은 2019년부터 둔화되기 시작했고, 그 후 COVID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는 깊은 침체에 빠졌으며, 그로부터 거의 회복되지 못했다. IMF와 외채 채권자들에게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긴축 정책과 생활 수준의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 외채 채권자 중 하나가 중국이다. 서방 언론은 중국이 스리랑카에 갚을 수 없는 돈을 빌려주고 채무 불이행을 유도하여 자산을 장악하는 '부채 함정' 정책으로 스리랑카를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한다. 가장 유명한 예는 함반토타 항만 프로젝트다. 그러나 이것은 신화에 불과하다. 스리랑카 외채의 15% 정도만이 중국에 대한 것이며, 그 대부분은 양허성 대출 형태이다. 대부분의 외채는 서방과 인도에서 온 상업 채권자들에게 진 빚이다. 특정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받은 양허성 대출과 달리, 이러한 상업 대출은 상환 기간이 짧고 소액 할부 상환 옵션도 없으며 금리가 더 높다.

함반토타 항만 프로젝트의 진실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런던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의 경제학자들은 스리랑카 경제 위기의 해결책으로 비생산적인 국영 부문을 민영화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라자팍사 정부가 국영 기업의 자산을 착복하여 자신들의 부를 축적한 것은 사실이다. "국영 기업(SOE)은 자원, 일자리, 계약, 기타 혜택을 정치인과 그들의 측근들에게 분배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정치인들에게 매력적인 대상이었다. 이것은 라자팍사 시대에 분명하게 나타났다."

이들 국영 기업의 수는 420에서 520개 사이로, 대체로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상당한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SOE 생산성은 크게 하락했으며, 이들 기업의 평균 인건비는 민간 부문보다 약 70% 더 높은 수준이다(즉, 국영 기업 고용이 더 높은 보수를 제공함). 게다가, 총 SOE 부채는 2012년 GDP의 약 6.5%에서 2020년에는 9% 이상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스리랑카의 자본주의 부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생산적 투자는 매우 낮은 수준에 있으며, 이는 2000년대 초반 이후 수익성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스리랑카는 특히 팬데믹 이후 많은 글로벌 남반구 경제에서 발생한 부채 위기의 뚜렷한 예다. 해결책은 IMF가 강요하는 긴축 조치와 민영화가 아니라, 외채 탕감과 함께 국영 기업을 복구하고, 신기술과 많은 스리랑카인의 고학력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공공 투자다. 그러나 큰 기대를 갖기는 어렵다. 

[출처] Sri Lanka’s debt default

[번역] 류민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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