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통합으로 버티는 유럽의 '중심'

유럽 선거에서 반이민 정당이 큰 폭으로 득표하는 등 우경화가 진행됐다대부분의 극우 세력은 유럽연합 탈퇴 요구를 포기했지만 이제 유럽연합 자체의 의제를 설정할 수 있게 되었다.

출처 : Unsplash,Christian Lue

조르자 멜로니(Giorgia Meloni)는 '친유럽 주류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과 손을 잡을까아니면 '극우 아웃사이더마린 르펜(Marine Le Pen)과 손을 잡을까유럽연합 의회 선거를 앞두고많은 전문가들이 브뤼셀 연정 구성의 잠재적 '킹메이커'로 여겨지는 이탈리아 총리의 다음 행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민족주의 국제 연합의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라이벌 극우 후보들은 멜로니가 프랑스 대통령(에마뉘엘 마크롱)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에게 아부한다고 비난했고일부 유럽주의 논평가들은 마크롱과 멜로니가 "유럽을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치길바랐다하지만 마크롱이 프랑스 조기 총선을 만들면서 멜로니는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국제 언론에서 멜로니를 EU 정치의 실용주의자로 칭송하는 것은 전반적인 유럽 프로젝트가 유지되는 한 특정 정책에는 거의 무관심하기 때문이다멜로니의 정당은 내부에서 EU를 변화시키는 데 전념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이다일요일 투표에서 29%를 득표하여 2022년 총선 득표율을 넘어섰고연정 파트너인 레가(Lega, 이탈라아 우파정당 8%)를 앞질렀다. EU 정치에서 이탈리아의 두드러진 약진은 프랑스-독일 연합의 약세와 팬데믹 이후 경제 도약의 후퇴를 반영한 것이다프랑스에서는 마크롱이 15%, 르펜의 국민연합(Rassemblement National,RN)이 31.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독일에서는 독일을 위한 대안(16%로 상승)의 나치 관용적 견해에 대한 스캔들로 인해 집권 사회민주당(14%)의 패배를 막지 못했으며연정 파트너인 녹색당(12%), 자유민주당(5%)도 저조한 점수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극우 세력은 그 수를 늘렸지만반란을 일으키는 외부인의 언어는 이제 EU 정치 지형의 확고한 일부가 된 그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사실 이번 선거를 전체적으로 보면 변화는 상당히 점진적이었다전체 의석수를 보면 2019년보다 15석 늘어난 720석의 새로운 의회에서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uropean People’s Party)이 약 9사회민주당(Social Democrats)이 2좌파가 1녹색당과 자유당이 각각 약 20극우파가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약 30석 정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이탈리아에서는 극우가 1위를 차지했지만 이는 새로운 일이 아니었다멜로니의 이탈리아 형제들(Fdl, Fratelli d’Italia)이 얻은 14석은 모두 레가의 희생으로 얻은 것이었기 때문이다중도좌파는 선전한 반면 마테오 렌치(Matteo Renzi) 같은 마크롱식 극우파는 패배했다스페인에서는 멜로니의 동맹인 복스(Vox)가 2석을 얻었지만 주류 정당의 득표율도 유지되었고폴란드에서는 법과 정의당(PiS, Prawo i Sprawiedliwość)이 패배하여 온건 우파와 강경한 민족주의/우익 자유주의 정당인 콘페데라차(Konfederacja)가 모두 승리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발언을 통해 극우파가 상대적인 측면에서 진일보했다고 본다면적어도 현재로서는 프랑스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마크롱 정부는 이미 2022년 6월부터 의회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지 못했다이제 지지도가 바닥을 치고 있는 마크롱은 자신의 '반포퓰리즘연정을 구성하기 위해 정치적 정적인 르펜과 또 한 번 결투를 벌이려 하고 있다하지만 비평가들은 이를 다른 의미에서 이중적 행보로 보기도 한다. 7년 전 첫 선거를 앞두고 파리 전역에 '마크롱 2017=르펜 2022'라는 그래피티가 등장했는데이는 마크롱과 그의 신자유주의 매파 정책이 '포퓰리즘의 장벽'이 아니라 사회적 불만을 부추겨 결국 RN의 승리를 도울 것이라는 믿음이었다우리는 이미 마크롱이 프랑수아 올랑드(François Hollande)의 중도좌파 정부에서 경제부 장관으로 일하면서 프랑스를 스타트업 국가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모습을 본 적이 있다그는 '게으른 사람'을 경멸하고안정적인 직장에 매달려서 좋은 노후를 기대하는 직장인들도 경멸했다.

이런 의미에서 프랑스 사회 모델(French social model, 사회적 평등과 복지에 중점을 둔 프랑스의 정책과 제도)에 대한 마크롱의 공격은 노란 조끼 시위대나 연금 '개혁반대자들에 대한 경찰의 탄압처럼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이는 극우 세력의 부상을 설명한다르펜의 당은 마크롱의 반사회적 조치뿐만 아니라 이에 반대하는 시위도 비난하고 있으며선거 패배로 인한 절망과 냉소주의로부터 힘을 얻고 있다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이슬람 좌파'와 복지를 요구하는 이민자를 비난하거나극우 지도자가 '이슬람에 유화적'이라고 비난하는 르펜의 의제를 일부 수용하려는 마크롱 장관들의 노력은 명목상 자유주의 정부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극우파의 논점을 홍보하고 주류로 가는 길을 완화하는 데 더욱 기여하고 있다마크롱이 부른 총선은 프랑스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다른 정치 진영에 속하는 이른바 '동거'라는종종 갈등을 빚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그러나 르펜의 표결로 12월에 통과된 이민법안 등 정책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공존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다극우 세력이 급부상한다면 약화된 국가 수반과 국내 의제를 장악하려는 RN 사이에서 밀고 당기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출처 : Unsplash, Mihály Köles

함께 어울리는 법 배우기

프랑스에서는 중도우파 인사들이 종종 멜로니를 르펜과 긍정적으로 대조하기도 한다이들 중에는 멜로니가 나토(NATO)에 대한 지지와 유럽연합이 감시하는 예산 균형에 대한 존중이라는 '이성의 원'에 들어섰고 '일치'했다고 주장하는 사업가 알랭 민크(Alain Minc) 같은 사람도 포함된다그러나 프랑스 극우 지도자는 쉽게 억제되지 않는다물론 RN의 일부특히 유럽 후보인 조던 바르델라(Jordan Bardella)를 중심으로 당을 더 존중하고 대서양주의적인 노선을 추구함으로써 이에 대응하고 있지만오늘날 RN은 2010년대 중반 플로리안 필리포(Florian Philippot) 고문 시절의 반 유로 정서와는 거리가 멀고지난 10년 동안 역사적으로 주류였던 드골 우파(Gaullist right)의 후보들을 영입한 바 있다공무원과 비즈니스 리더들은 르펜의 당이 집권에 가까워짐에 따라 '연착륙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2027년 대선 이전에 RN을 정부로 끌어들이는 마크롱의 선거는 바퀴에 기름을 바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르펜의 당은 순풍에 돛을 단 것처럼 보인다특히 프랑스의 소도시를 중심으로 중산층 유권자층으로 확장하면서 점점 더 많은 우파 표를 끌어모으고 있다. 6월 30일과 7월 7일에 치러지는 총선에서 르펜의 승리를 확신하기는 어렵다좌파의 대항 세력도 있고결선투표제라는 선거 제도가 르펜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유럽 전역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분류되었던 부르주아 우파와 정당들 사이에 굳건한 경계선은 존재하지 않는다이번 선거에서 마크롱은 르펜의 당선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긴축 정책으로의 회귀 외에 유럽연합을 위한 뚜렷한 프로젝트가 부족하고외교 정책에서 독자적인 노선을 정하지 못했으며, 11월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에 겁을 먹은 유럽의 기성 정치권은 극우 세력의 일부를 통합할 방법을 찾고 있다처음에는 멜로니와다음에는 RN과 통합할 것으로 보인다이 과정에는 마크롱과 극우 총리 또는 르펜이 선택한 '무소속총리의 동거와 마찬가지로 갈등의 순간이 있다하지만 '친유럽연합 자유주의자 대 전국적 포퓰리스트'라는 프레임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빈약해졌다.

선거 전 TV 토론에서 자신의 정당이 한때 EU 탈퇴에 대한 국민투표를 원했지만 지금은 그 목표를 포기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RN의 바르델라(Bardella) 후보는 "승리하려고 협상 테이블을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다른 나라에서도 극우파가 득세하고 있으며, 2024년 유럽연합 선거에서 '유로 탈퇴세력이 전반적으로 쇠퇴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이 정당들은 많은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유럽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EU 제도와 양립할 수 있는 그들만의 방식을 찾을 수 있다스웨덴 민주당(Sweden Democrats)은 선거 광고에서 이민으로 인해 위협받는 유럽 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찬양했다이 광고는 자동차시원한 맥주짧은 치마로 가득한 대륙에 대한 경의였으며무슬림에 의해 야기된 갱 전쟁과 친팔레스타인 시위로 인해 이러한 문화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한때 유럽연합 탈퇴를 선호했던 정당이 만든 이 영상은 유럽에 대한 러브레터로, "나의 유럽은 벽을 쌓는다"라는 구호로 끝을 맺는다유럽은 삶의 방식으로서의 유럽위협받고 있는 문명어쩌면 외부 세계의 '정글'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정원'이라고 표현한 호세프 보렐(Josep Borrell) EU 외교장관의 말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멜로니의 정부 경험은 극우가 실제로 이 '정원안에서 열렬한 옹호자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최근 몇 년 동안 EU를 분열시키려는 국가 포퓰리스트들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었는데이는 의도적이든 부당한 지출 계획을 통해서든 그러했다그러나 이번 선거 운동 이후이러한 세력들이 EU에 순응하게 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기성 정치권은 그들과 협력할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출처Europe’s Center Is Holding — by Integrating the Far Right

[번역참세상 번역팀

 
덧붙이는 말

데이비드 브로더(David Broder)는 자코뱅의 유럽 편집자이자 프랑스와 이탈리아 공산주의 역사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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